나무가 자라는 빌딩 / 윤강미 글·그림 / 창비

지난해 봄, 판교에 있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성장’을 주제로 한 흥미로운 기획 전시가 열렸다. ‘출간되지 않은 아이디어들(Un-printed Ideas)’이라는 이름의 이 전시는 세상에 선보인 적 없는 생각을 위한 것이었다. 미술관 측은 그림책 전문가 11명과 함께 신인의 작업실 서랍 안에서 잠자고 있던 그림책 아이디어를 찾아 나섰다. 그렇게 만난 열다섯 사람의 작가와 그림책 창작 일정에 동행했다. 작업 기록과 수렴된 창작물은 전시를 통해 ‘아직 독자가 되지 않은 독자들’인 전시 관람객의 반응을 경청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투표를 통해 큰 지지를 받은 그림과 이야기가 드디어 책으로 빛을 보았다. 이제는 ‘출간된 아이디어’가 된 그림책, ‘나무가 자라는 빌딩’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온 윤강미 작가의 첫 책이다.

이 그림책은 미세먼지의 습격으로 움츠러든 2019년 1월을 위해 미리 준비되기라도 한 것처럼 잿빛 하늘을 물리칠 대안을 꿈꾸는 이야기다. 그림책의 첫 장면에는 숲속 키 큰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내고 시멘트를 부어 아파트를 짓는 분주한 공사 현장이 나온다. 미세먼지 때문에 바깥 놀이를 금지당한 주인공은 의자를 놓고 올라서서 아파트 창문 밖을 내다보지만 풍경은 오직 철골과 크레인뿐이다. “또 집안에서만 놀아야 하는 거야?”라는 한숨 섞인 투정이 우리 귀에 익숙하다. 그렇지만 그림책은 이 어린이의 손에 크레파스를 쥐여주고 신선한 상상력을 만나고 이어서 이미지의 대반전이 펼쳐진다. 어린이는 마음껏 뛰어놀 수 없는 현실을 뛰어넘어 나무와 꽃이 자라는 알록달록하고 싱싱한 빌딩, 코끼리와 하마와 얼룩말이 거니는 크고 환한 온실을 설계한다. 날마다 맑은 공기를 내뿜는 식물연구소를 세우고 상상의 도시에 푸른 길을 낸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살 집을 설계하는데 그 집은 남녀가 평등하게 세계를 받치고 있다. 길고양이들에게 보금자리를 주고 인종과 장애와 그 무엇에 따른 차별도 없는 꿈의 주거공간이다.

이 어린 여성 건축가가 설계한 도시는 탁한 공기 속에서도 희망을 보여주듯 장면마다 맑게 탁 트여 있다. 독자와 함께 준비한 신인의 노력이 한 권의 아름다운 그림책이라는 놀라운 결실을 만들어내듯 우리도 공동의 대책을 마련해 어서 푸른 하늘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40쪽, 1만3000원.

김지은 어린이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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