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호는 타고난 ‘하늘의 사나이’였다. 어릴 때부터 비행기와 우주 공상과학(SF) 소설이 그냥 좋았다. 항공공학과 대학생이 되기 2년 전인 1969년 미국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하는 장면을 흑백 TV로 보며 더욱 꿈을 키웠다. 인간 달 탐사 50주년이 되는 올해, 그는 대한민국 ‘우주 독립운동’의 본부 격인 항공우주연구원 원장으로서 발사체(로켓) 독립, 인공위성 독립에 초석을 깔았다.
임 원장은 ‘왜 우주로 가야 하나’란 원초적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모든 나라가 시작은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같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출발한다. 인공위성만 해도 우리 위성이 없어 다른 나라로부터 자료를 받아보다가 아리랑 자체 위성을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 모델은 평화적 목적으로 출발했다. 우리도 늦었지만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우주개발에 나서야 한다. 개척자인 나사(미 항공우주국)도 존 F 케네디 대통령 재임 당시 ‘달에 가면 뭐 하나, 지구에 아직 할 일이 많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우주는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스티븐 호킹은 태양이 수소를 다 소진하는 45억 년 뒤에 지구가 없어진다고 했다.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화성 같은 제2의 개척지를 찾아야 한다. 미지의 세계로 나가는 도전정신을 키워야 한다. 실용적 목적도 있다. 룩셈부르크는 작은 나라지만 전 세계 정지궤도 위성의 절반을 갖고 있다. 그만큼 부가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소행성을 탐사해 희토류, 금 등 자원을 갖다 쓰겠다는 말이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실제 돈이 될 것으로 믿고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우주개척이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면 발달속도가 빨라지면서 상업적 목표를 달성하기 더 쉬워질 것이다.”
임 원장은 우주과학자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10년 개발해서 10분 만에 끝나는 게 이쪽 연구”라며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글로 써보라”며 “고민하고 써보면 생각이 정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달착륙 50주년을 맞은 올해를 고비로 우주여행 보편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미국 모하비 사막에는 스페이스포트(우주공항) 건설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1인당 3억 원을 내고 ‘우주관광’을 떠날 얼리어답터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혼 여행은 우주에서’ 구호를 내건 우주호텔까지 조만간 문을 열지 모른다.
임 원장은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항공우주 기술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무엇이 시급한가 묻자 이렇게 말을 맺었다. “그동안 정부와 국민 지원 속에서 큰 발전을 해 왔다. 하지만 항공우주 개발에 선진국들이 투자를 강화하고 민간기업들도 사업을 확대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 우주 분야 투자규모는 미국의 2%, 일본의 20%, 인도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독자 우주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우주개발 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 차원의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시켜야만 우수한 인력도 유치할 수 있고 산업체도 안심하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1952년 전북 진안 출생 △서울대 항공공학 학·석사 △프랑스 국립항공우주대학교, 프랑스 툴루즈 제3대학교 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시스템공학연구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사업부 부장, 스마트무인기개발사업단 단장, 위성정보연구소 소장, 부원장 △한국항공우주학회 회장 △2018년∼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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