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은 소중”
“우와, 나 여기 있네. 예뻐, 멋있다.”
17일 오전 장애인 특수학교인 경기 수원 서광학교 졸업식에서 만난 안도훈(가명·18·사진 왼쪽) 군은 선물로 받은 졸업 앨범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안 군은 활짝 웃으며 졸업 앨범 속 자신과 친구들의 얼굴을 하나씩 찾아 나갔다. 누군가를 찾을 때마다 안 군은 “나 최고, 친구 예뻐” 등의 말로 한껏 기쁨을 표현했다. 장애로 인해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지능을 지닌 안 군은 앨범을 제작해 준 삼성SDI 직원들에게 “고.맙.습.니.다”라고 한 자 한 자 마음을 눌러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삼성SDI는 지난 2005년부터 15년째 서광학교의 졸업앨범을 제작해 졸업생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배터리를 만드는 기업이 15년째 앨범을 제작해 전달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 학교의 이상진 교장은 “졸업생 수가 얼마 안 돼 소량제작해야 돼 앨범 단가가 높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특수학교 학부모들이 선뜻 앨범 제작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학교는 지난 1962년 개교 이후 삼성SDI가 후원하기 직전인 2004년까지 42년간 단 한 번도 졸업앨범을 만들지 못했다. 이 교장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아이들에겐 특별한 ‘추억 상자’가 생기는 소중한 일”이라며 “정부도 선생님도 할 수 없는 일을 우리와 아무 상관 없는 기업이 매년 해주고 있어 그저 놀랍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SDI 직원들은 졸업식장 바로 앞에 포토월도 만들었다. 직원들은 그 앞에 탁자를 펴고 사각모와 가운을 비치해두고 졸업생들의 사진사 역할을 했다. 한 졸업생의 아버지는 포토월에서 “고생했어”라고 아들과 다른 가족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또 다른 졸업생은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포즈를 취했고, 육상 선수 우사인 볼트의 활을 당기는 듯한 세리머니 포즈를 취하는 학생도 있었다.
이후 삼성SDI 직원들은 즉석에서 사진을 인화해 작은 액자를 만들어 졸업생들에게 선물했다. 한 학부모는 “엄마들 반응이 너무 좋다”며 “이런 게 제대로 된 ‘재능기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진 촬영 재능기부에 참석한 정진만 삼성SDI 수석은 “고되지 않고, 오히려 힐링이 된다”며 “학생들에게 소중한 추억 하나를 안겨주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수원=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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