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왕궁 아치형 천장 만들 때
주문한 거울 깨져서 도착해 당황
한 청년 더 잘게 깨서 붙이자 제안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자이크 탄생
옆집 오두막집에 쌓아놓은 폐품
어느 날 새롭게 태어날지 모른다
테헤란 왕궁의 아치형 천장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모자이크 무늬로 이뤄진 벽과 기둥 또한 마찬가지다. 그로부터 반사되는 자잘한 거울 조각 장식이 여러 방향으로 빛을 발하며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마치 크고 작은 다이아몬드가 온통 박혀 있는 듯 눈이 부시다.
그런 사연은 아주 특별한 일화로 전해진다. 처음에 벽면 가득 거울을 달기 위해 프랑스에 대형 거울을 주문했는데, 도착한 거울이 모두 깨져 있었다. 건축가들은 낙심하고 반품하자거나 대금을 지불하지 말자거나 버리자고 하며 옥신각신했다. 그러던 중에 나이가 가장 적은 청년 건축가 한 사람이 손을 번쩍 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청년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깨졌기에 더 아름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는 깨진 거울을 더 잘게 깨서 조각조각 붙이면 된다고 하였다. 그들은 청년의 말대로 거울을 모두 깨서 천장과 벽, 기둥에 하나씩 하나씩 붙여 나갔다. 산산조각 난 거울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자이크 왕궁으로 만들어졌다.
청년은 건축가가 되기 전에 양복점에서 자투리 천을 깁는 수습공이었다. 부자들의 옷을 만들고 남은 천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옷이나 이불을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자투리 천으로 만든 옷과 이불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였다. 그와 같은 경험이 있었기에 깨진 거울을 보고 이 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노동자였던 청년의 이 같은 발상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거였다. 만약 그가 막일을 하면서 대체 내 인생은 왜 이리 안 풀리는 건가, 이렇게 자투리 천이나 기우며 인생을 허비해야 하나 하고 불평만 일삼았다면 아마 청년의 도약은 거기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해왔기에 업사이클(up-cycle)의 기회가 왔고, 자투리 천을 버리지 않고 깁는 일을 해보았기에 거울을 깨서 조각조각 붙일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과정이 없었더라면 어찌 이렇게 탁월한 생각을 할 수 있었겠는가. 업사이클이란, 폐품에 디자인을 가미해서 재활용한다는 뜻인데, 그야말로 재창조한다는 말이다.
내일 아침 눈 뜨지 말았으면 하고 생각한 그날, 옆집 민철이 아빠가 쓰러졌다.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가족 일을 돕겠다고 나서다가 일어난 일이다. 민철이 엄마는 마당의 잡동사니 속에 섞여 있던 파이프와 패널로 급조한 들것에 그를 태우고는 구급차가 달려오는 큰길을 향해 골목을 내달렸다. 들것을 같이 든 민철이 키보다 훨씬 작은 민철이 엄마를 보았다. 난쟁이 키에 우직한 그의 평소 뜀박질은 제자리걸음과도 같았으나 그날은 바람보다 더 날쌔게 달렸다. 그가 남편의 늘어지는 몸을 업고 달리기에는 불가항력이라는 것을 알고 재창조한 것이다. 가만히 기다릴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다급했으니….
우리는 집이 아주 낮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므로 서로를 안 보고 싶어도 다 들여다보게 되어 있다. 그의 오두막집 양철 대문은 단 한 번도 닫힌 적이 없고, 이전에 점집이었던 것처럼 대나무 한 그루가 목을 길게 뽑아 비스듬히 서 있다. 비좁은 마당에는 사철 내내 잡동사니 폐품들로 가득하다. 지난한 우리의 삶이 그렇듯 폐품 역시 겨울이면 얼어붙고 봄이면 풀리기도 하면서 여름 뙤약볕을 온몸으로 견디다 선선한 가을바람도 살랑살랑 맞는다.
언젠가, 어디에 사용하려고 이렇게 많은 폐품을 주워 모으는지 물어 본 적이 있다. 그는 민철이가 고등학교라도 마치고 나면 이 오두막에서 죽집을 여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그때가 되면 이 물건들이 다 쓰일 거라며 그는 짧은 목을 왼쪽으로 살짝 젖혔다. 그의 녹두죽은 시장 사람들이 거의 다 먹어보았을 만큼 맛이 좋고 정겹기까지 하다. 팔다 남은 녹두죽을 얻어먹으며 민철이 엄마의 소원이 민철이에게도 소원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곤 했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살기 위한 그는 새벽부터 시장에 나가 오전 중으로 녹두죽을 팔고, 오후에는 주변의 폐지와 빈 병, 고철 같은 폐품을 주워 한 리어카 가득 실어 온다. 가끔 사람은 안 보이고 짐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많은 때도 있다. 이럴 땐 세상의 모든 고물이 종류대로 다 모여드는 것만 같다. 깨 한 알이 세계를 품고 있듯이 오두막집 작고 작은 마당도 세상의 모든 이유를 다 품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하늘 아래 땅 위에 백 퍼센트 새로운 것이란 없다. 창조는 인간 밖의 일이자 신의 영역이다. 인간은 무(無)에서 유(有)가 아니라, 유에서 유를 사유하고 재창조하면 되는 일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무’가 ‘유’이며, ‘유’가 곧 ‘무’라고 예를 들어 반박할 수도 있겠다. 다만, 있는 데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조금씩 조금씩 변화시켜 가는 것이 재창조이며 업사이클이라는 말이다. 논의하자면 변증법적으로만 접근해도 시간이 모자랄 방대한 사안을 두고 어찌 짧은 시간에 다 얘기할 수 있을까만….
간밤에 비가 내렸다. 민철이네 마당의 먼지 가득한 잡동사니가 깨끗이 세수를 하고 찬란한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 가로지른 담장 갈라진 틈새까지 비치는 아침 햇빛이 쏘는 듯이 강렬하고 따뜻하다. 태양의 긴 팔로 몸과 마음 사뿐 일으켜 세우라고 내리치는 사랑의 매 같다. 재창조를 기다리는 폐품들은 그 햇살을 받아 테헤란 왕궁의 모자이크 거울 장식처럼 반짝인다.
폐품으로도 삶은 계속된다. 민철이 아빠의 마른기침과 오두막집 소소한 세간과 마당의 잡동사니와 민철이 엄마의 곰 발바닥 같은 손등도 모두 업사이클 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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