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 1947년 백범(白凡)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을 인용했다. 대통령의 새해 문화정책 방향이 백범의 간절한 소원인 ‘문화의 힘’에 있다는 함축이며, 문화의 힘이 중요한 이 시점에 시의적절한 제시라 하겠다.
올해 문화 분야 예산은 5조9233억 원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생긴 이래 최대 규모다. 문 대통령은 또한 “올해 1조 원을 투자해 문화 분야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을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대형 토목공사, 곧 SOC를 ‘문화 SOC’로 진화시킨 그 발상을 문화예술계가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백범이 간절히 소원한 ‘문화의 힘’이 6조 원의 문화예산, 1조 원의 생활문화 SOC 예산 조성으로 새해 국민의 일상생활이 어떻게 변화할지 그 귀추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체감경제’에 대한 설왕설래가 적지 않았던 지난 세밑에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개막’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6000억 달러 수출로 세계 6위의 수출대국으로 부상했다는 놀라운 뉴스도 들렸다. 국민소득 3만 달러-인구 5000만 명의 ‘30-50 클럽’ 가입국은 대한민국을 포함해 세계에 7개국뿐이다. 2017년 세계은행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2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1위다. 그 반면, 2018년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56개국 가운데 57위(유엔 ‘2018 세계 행복보고서’)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아시아 다른 국가 평균 행복지수와 총소득의 간격에 비해 확연히 큰 차이를 보여준다.
‘30-50 클럽’ 국가의 행복지수 ‘57위’는 분명코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다. 국민 1인당 평균소득 3만 달러와 행복지수 57위 사이의 깊은 간극을 메우는 길을 백범은 이미 72년 전에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백범의 ‘나의 소원’을 인용한 문 대통령의 이번 연두회견은 우리를 문화가 이끄는 행복의 길로 인도하겠다는 약속인 셈이다.
유엔은 나라별 행복지수를 GDP와 함께 사회적 지원, 선택의 자유, 관용 문화 등에 근거해 산출하고 있다. 경제 규모나 첨단무기 보유 여부보다 사회적 가치와 삶의 만족도 등이 행복의 ‘질’을 좌우한다는 관점이다. 결국은 ‘문화의 힘’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EIU)’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서 1만5000달러 사이에 이르면 정책 기조를 경제에서 삶의 질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문 대통령의 새해 문화정책에 관한 언급은 충분히 환영할 만한 조치이다. 그리고 이는 문화 강국으로 향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2016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문화예술 활동에 의한 수입이 ‘0원’인 비율이 36.1%로 나타났다. 수입이 100만∼2000만 원 미만은 44%였다. 문화예술인들의 4대 보험 가입 비율은 56.7%, 산재보험 가입 비율은 26%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안전망 밖에서 서성이는 문화예술인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높은 문화’에 이바지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문화는 인간 사회의 다양성을 촉진하면서도 공동체의 일체성과 조화로움을 배양하는 역할을 해 왔다. 구성원 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갈등을 해소함으로써 사회 전체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천’이다. 백범이 ‘나의 소원’에서 갈망한 ‘문화의 힘’이 온 나라에 넘치는 한 해를 꿈꾸며, 우리 문화의 자부심을 가지고 그 성취를 국민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문 대통령의 이번 새해 다짐을 마음속 깊이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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