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영화 ‘극한직업’ 으로 돌아온 류승룡
시나리오 읽으며 나도 모르게
‘이것은 갈비인가 치킨인가…’
대사 중얼댈정도로 웃음 터져
그 재미를 나누고 싶어서 출연
데뷔초 난타공연·연극·영화…
웃음 코드 펼치는데 큰 도움
시치미 뚝떼고 연기 안배·조절
현장서 저절로 유머 툭툭 나와
“오랜만에 제 몸에도 잘 맞고, 보는 사람도 편안한 옷을 입게 돼 기뻐요.”
배우 류승룡(사진)은 자신의 주특기인 코미디로 돌아온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레이저를 쏘는 듯한 강렬한 눈빛을 앞세워 센 역할을 맡아온 그지만 그가 연기한 역할 중 코믹한 캐릭터가 많이 있으며 첫 1000만 관객 돌파 주연작도 코미디 영화인 ‘7번방의 선물’이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은 마포경찰서 마약반 형사들이 범죄조직을 잡기 위해 그들의 은신처 맞은편에 위장 치킨집을 차리고 잠복근무를 하다가 치킨집이 맛집으로 소문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류승룡은 이 영화에서 마약반 고반장 역을 맡아 장형사(이하늬), 마형사(진선규), 영호(이동휘), 재훈(공명) 등 개성 강한 부하들과 좌충우돌하는 연기를 맛깔나게 펼쳤다.
류승룡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머와 웃음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가 데뷔 초기 5년 동안 공연한 ‘난타’는 대사 없이 웃기는 코미디예요. 또 ‘서툰 사람들’ ‘택시 드리벌’ 등 연극과 ‘박수 칠 때 떠나라’ ‘거룩한 계보’ ‘퀴즈왕’ 등 영화에서 코믹 연기를 하며 경험을 쌓았죠. 오랜만에 코미디 연기를 하며 제 몸 안의 세포가 기억하는 웃음 코드를 펼칠 수 있어서 반가웠어요. ‘극한직업’은 시놉시스 한 줄만 보고도 웃음이 터질 정도로 재밌게 다가왔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며 저도 모르게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치킨인가’라는 대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 톤 그대로 촬영했어요. 시상식 때 입는 화려한 옷은 보기엔 좋지만 하루 종일 체한 것처럼 불편해요. 또 어떤 옷은 제겐 편하지만 사람들이 안 좋아하기도 하죠. 레깅스 같은 거요(웃음). 제가 느낀 재미를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출연을 결정했어요.”
고반장의 별명은 ‘좀비’다. 영화 후반 그 별명의 의미를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그냥 툭 나왔다”고 말했지만 워낙 꼼꼼한 성격인 그가 대충했을 리 없다. 뭔가 치밀한 준비를 했을 거다.
“계속 맞아도 버티며 한 대씩 맞받아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 안에 고반장의 전사(前史)가 보이게 하려고 고민했어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3초 정도 몸을 만들었고요(웃음). 나이 들어서도 조기축구회에 나가는 건강한 동네 형님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제가 대학 때 탈춤반 활동을 했고, 한국무용, 발레, 곡예도 배웠어요. 안배와 조절, 계산을 한 후 시치미 뚝 떼고 상황 코미디를 했어요. 준비를 많이 하니 현장에서 툭툭 나오더라고요(웃음).”
자칫 넘치는 연기를 하면 영화의 흐름이 깨질 수도 있지만 그는 적절한 톤을 이어가며 자신이 얻고 싶은 걸 얻었다고 말했다.
“모든 배우들이 ‘절대 웃기려고 오버하지 말자’는 무언의 약속을 했어요. 공을 들이면서도 누구 하나 도드라지거나 처지지 않게 하려고 애썼어요. 현장에서 만나 팀워크를 다지는 건 불가능해서 촬영 전부터 모여 연극 보고, 맛집도 다니며 이 영화를 통해 얻고 싶은 것 등 서로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어요. 저는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런 것들이 잘 돼서 행복해요. 제게 주는 선물 같은 작품이에요.”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가 조금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삶의 여유가 느껴졌고,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듯했다. 항상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해온 그에게 “이제 좋은 배우가 된 것 같냐”고 말을 건넸다.
“오십이 되고 처음 개봉하는 영화예요. 이 작품을 준비하며 배우 류승룡과 자연인 류승룡의 간극을 좁혔어요. 배우는 감정을 세공해 웃음과 눈물, 감동을 전하는 직업인데 제 자신이 편안해져야 그런 감정을 관객과 나눌 수 있거든요. 전에는 제 자신을 가만두지 못했어요. ‘열정강박’이 있어서 끊임없이 저를 채근했죠. 여행과 목공, 그림 등을 통해 인생이 제 맘대로 안 된다는 걸 알게 됐고, 앞날은 예상할 수 없으니 지금의 행복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 생겼어요. ‘극한직업’은 그런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에요. 이 영화를 통해 ‘좋은 배우’에 조금 가까워진 것 같아요.”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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