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土成山 風雨興焉 積水成淵 蛟龍生焉(적토성산 풍우흥언 적수성연 교룡생언)

흙을 쌓아 산을 이루면 거기서 바람과 비가 일어나고, 물을 모아 연못을 이루면 거기서 교룡과 용이 생긴다.

‘순자’ 권학(勸學) 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니 낙숫물이 큰 연못이 된다는 말은 흔히 듣던 것인데 순자는 질적 변화를 강조하는 글귀를 더하고 있다. 작은 동산에서는 바람이나 비가 일어나지 않지만, 크고 높은 산이 되면 자체적으로 바람과 비가 생긴다. 얕은 연못에는 붕어나 잉어가 살 뿐이지만 깊은 연못에는 신령스러운 교룡과 용이 살게 된다. 배움의 효능을 참으로 멋있게 표현한 명문이다.

순자의 배움은 유가 경전과 예법에 관한 것이고 그 효능은 유가적 성인이 되는 것이지만, 이 구절은 일반적인 배움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 학문이나 예술의 세계뿐만 아니라 자그마한 기예 하나라도 제대로 배우려면 기본적으로 상당한 양적 축적이 필요하다. 대체로 긴 시간과 많은 정성을 요구하는 것일수록 나중에 나타나는 질적 변화도 깊다. 때로 삶의 질을 크게 변화시키기도 한다. 붕어나 잉어 정도가 아니라 교룡과 용이 생기는 것이다.

삶은 배움의 연속이고, 우리가 접하고 택하는 배움의 종류는 실로 많다. 그중에서 하나 정도는 꽤 많은 양적 축적을 요구하지만, 질적 변화도 크게 일으키는 것에 도전해보자. 필자는 명상을 권하고 싶다. 건전한 명상은 대체로 긴 시간 동안 성실하게 수련해야 함을 강조한다. 처음에는 기대한 만큼의 효험도 없고 지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관문을 넘어서고 나면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나중에 양적 축적이 많아질수록 질적 변화도 커진다.

진입장벽이 다소 높기는 하지만 진정으로 삶의 변화를 갈망한다면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상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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