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발언에 산업계 기대감 꺾여
부총리 현장행보 ‘쇼’ 전락 우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와중에도,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제정책 기조 변함없다”는 발언으로 인해 경제 컨트롤타워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혁신성장 현장 행보’가 머쓱해진 모습이다. 홍 부총리 취임 이후 청와대와 기재부 간의 불협화음은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김 실장의 ‘대못’으로 인해 홍 부총리의 현장 행보가 ‘쇼’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2일 정부 등에 따르면 김 실장의 정책 기조 고수 발언 이후 산업계는 물론, 공무원 사회 내부도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지난 20일 김 실장의 발언으로 기재부 공무원들의 한숨은 더 커졌다. 성장률, 고용 등 거시경제 지표가 최악을 나타내는 데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무리한 근로시간 단축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청와대가 ‘우리 경제의 구조를 바꿔야 하며, 바꾸는 과정에 고통이 따르더라도 감수하고 추진하겠다’는 말만 되뇌고 있어서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등 대외에 경제정책 변화를 시사했지만, 김 실장이 나서서 이 같은 기대를 꺾어버린 분위기다.

위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년 벽두에 산업 현장에서 홍 부총리를 만나는 기업인들의 표정은 썩 흔쾌하지 않은 모습이다. 혁신성장을 강조하며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말을 하지만, 정작 기업들이 바라는 정책에 대해 홍 부총리는 언급조차 못 하고 있다. 최저임금인상 속도 조절, 탄력 근로제 단위 시간 확대 등은 산업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다. 홍 부총리로서도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가 다시 강조된 터라 이를 거스르는 약속을 기업에 하기도 어렵게 됐다. 혁신성장 역시 이를 주도하겠다는 기재부와 다른 부처 간의 이견이 노출되면서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이 팽배해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통령이 신년에 대외적으로 경제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줬다. 경제계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와 정반대의 발언을 하며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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