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장 예산 합리성 따질 장치
지난 9차 협정 때 이미 만들어
“이번 협정서 활용했는지 의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의 ‘최소 10억 달러(약 1조1266억 원)’ 최후통첩으로 한국이 벼랑 끝까지 몰린 데에는 한국 정부가 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한국 측도 미국이 일방적 요구를 내놓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까지 적용됐던 9차 협정 당시 합리적인 분담금 추산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했지만, 이 조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4일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와 국회의 9차 협정 비준동의안 검토보고서 등에 따르면 9차 협정 당시 한·미 협상대표단은 협정 이행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합의하고, 이에 대한 교환각서도 채택했다. 이 교환각서는 미국 측이 한국 측의 방위비 분담금을 추산하기 위해 소요 항목별 근거 자료를 한국 국방부에 제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이 각서는 투명성 부분에서 가장 문제가 돼 왔던 주한미군의 군사건설 분야와 관련해 미군 측이 다음연도 군사 건설에 필요한 예산을 책정하기 위해 건설 설계도 등 근거 자료를 국방부에 제출하고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2014년 4월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검토보고서는 “한·미 양측은 1991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시작한 이래 최초로 방위비 분담 전반에 걸쳐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합의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주한미군 측에서 제공했던 자료를 국방부 등 정부와 국회가 충실히 업데이트해왔으면 미국 측의 요구 금액을 합리적으로 검토하며 협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9차 협정이 적용됐던) 지난 5년간 이를 제대로 이행만 했다면 주한미군 관련 예산에 대해 상당한 자료가 쌓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10차 협정 협상에서 미국 측 요구에 한국 측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게 이 같은 자료 부족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연간 최대 12억 달러, 한국은 1조 원 미만의 금액을 내놓으면서 양측의 총액 차이가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주한미군 측이 교환각서에 규정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해 왔는지, 국방부가 관련 자료를 충실히 업데이트해왔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따라 주한미군 측에서 소요예산 자료를 제출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자료를 제출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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