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섭(왼쪽)이 23일 대전 서구 관저동 슈퍼볼 볼링센터에서 초등학생에게 기본기를 설명하고 있다.
이승섭(왼쪽)이 23일 대전 서구 관저동 슈퍼볼 볼링센터에서 초등학생에게 기본기를 설명하고 있다.
- ‘늦깎이 18년차’ 42세 이승섭

프로볼링메이저대회 첫 우승
등록 공식 애버리지는 217점

“나이들면서 근력·유연성 저하
개인 트레이닝으로 체력 강화
日엔 50세 중후반 선수 많아”

늦게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 남자프로볼링 이승섭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이승섭은 지난달 20일 경기 용인 레드힐 볼링 라운지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스톰·도미노피자컵 국제오픈 결승전에서 E.J 태킷(미국)을 255-193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승섭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 23일 대전 서구 관저동 슈퍼볼 볼링센터에서 만난 이승섭은 “나이가 들어도 열심히 하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메이저대회 우승은 자신감을 안겨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1976년생인 이승섭은 ‘늦깎이’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 그는 고교를 졸업한 뒤 볼링장을 드나들었다. 취미로 볼링을 시작했고, 독학으로 볼링을 익혔다. 볼링 좀 한다는 동네 형들의 동작을 훔쳐보며 따라 했고 자신의 체형에 맞게 응용했다. 그리고 2001년 프로에 입문했다. 처음엔 모든 게 잘 풀릴 것으로 여겼지만, 프로의 세계는 시베리아 벌판이었다. 14년이 지난 2015년 뒤늦게 프로 첫 승을 거뒀다.

국내에서 프로볼링으로 가계를 꾸려나가기란 무척 어려운 일. 이승섭은 2011년 결혼했고,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가장’이라는 부담감이 이승섭의 어깨를 짓눌렀고, 그래서 한때 볼링계를 떠났다. 이승섭은 “한국은 엘리트 볼링과 프로볼링으로 이원화돼 있는데, 프로볼링 선수의 수입은 상금뿐”이라며 “그런데 출전할 때마다 우승할 수 없는 노릇이라 첫 승을 거둔 뒤 볼링을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여러 가지 사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내가 가장 잘하는 건 볼링’이란 생각에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40세를 넘겨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승섭은 “2년간 볼링훈련을 하지 않았고, 나이도 들었기에 컴백한 뒤엔 몸 여기저기가 아팠다”면서 “트레이닝 코치와 함께 체력훈련을 병행하면서 밸런스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이승섭은 “미국에는 시니어투어가 따로 있고, 일본만 하더라도 50세 중후반 선수가 많다”면서 “국내에도 중장년 선수가 계속 볼링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승섭은 고득점을 올리기 위해선 힘을 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섭은 “볼링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몸에 힘을 빼야 한다”라며 “경직된 자세를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고득점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프로볼링협회에 등록된 이승섭의 공식 애버리지(평균)는 217점. 볼링은 만점이 300점이며, 평균 217점을 획득하기 위해선 게임당 210∼240점을 획득해야 한다. 이승섭은 “볼링은 진자운동 원리로 공을 굴려야 한다”며 “스윙할 때 팔에 힘이 강하게 들어가면 스코어는 되레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승섭은 “초보자는 레인에서 ‘쿵’ 소리가 자주 난다”면서 “볼링공을 굴리는 게 아니라 힘으로 던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섭은 자신에게 적합한 볼링공도 강조했다. 이승섭은 “너무 가볍거나 무거운 볼링공을 쓰면 역시 몸에 힘이 들어가 자세가 흐트러진다”며 “손가락에 잘 맞는 공으로 편안한 자세를 유지해야 좋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섭은 “공 무게는 본인 몸무게의 10% 정도가 적당하다”며 “몸무게가 70㎏인 성인남성의 경우 15∼16파운드(약 6.8∼7.3㎏)의 볼링공이 알맞다”고 조언했다.

이승섭은 프로의 길을 계속 걸어갈 작정이다. 이승섭은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겠다는 욕심은 없다”면서 “힘을 빼야 고득점을 올릴 수 있듯 내 인생도 힘을 빼되, 60대에도 프로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글·사진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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