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강연하고 있다.
(12) ‘입법과정’ 대기업 32곳 의견조사
입법예고까지 6개월 ‘속도전’ “의견수렴은 요식행위에 그쳐”
법안 밑그림 그린 특위구성도 당사자 기업측 전문가는 없어
재계 “기업목소리 묵살” 반발 ‘대기업 규제법’ 전락할 우려
오는 2월 국회에서 본격 논의될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에 대해 재계가 “당사자인 대기업 목소리를 사실상 배제한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할 태세다. 재계는 지금이라도 국회 차원에서 기업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는 절차를 밟지 않으면 ‘공정거래법’이 아니라 국제 경쟁력을 갉아먹는 ‘대기업 규제법’으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A 임원은 25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38년 만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면서 법제 개선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구성(2018년 3월 16일)에서부터 입법예고(같은 해 8월 24일)까지 불과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면서 “경쟁법 전면 개정에 4∼5년 정도 소요되는 외국 사례에 비춰 볼 때 의견 수렴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공정취인(公正取引)위원회는 지난 1972년 전담조직(TF)을 구성한 후 이듬해 중간 보고서를 통해 독점 문제 처리 개선 방안을 권고하고 1977년에 관련 법을 개정했다.
전면개정안의 밑그림을 완성한 특위 위원 선정도 편향적이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기업 B 임원은 “전면 개정안의 뼈대를 잡은 특위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전할 기업 측 전문가가 배제돼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토로했다.
공정위는 중립성과 전문성 원칙을 앞세워 위원은 학자·법조계 인사로만 구성하고 간사는 공정위 국장급이 맡도록 했다. 대신 규제를 받는 기업의 부담과 애로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개선 방안을 제안할 기업 측 전문가는 배제했다.
특위 가동에 앞서 논의 대상을 선정하는 의견 수렴 기간은 10일(영업일 기준)에 불과해 의견을 도출할 시간이 촉박했다. 또 특위안이 나온 뒤에 열린 토론회·간담회에서는 특위안에 우호적인 패널들이 주로 섭외돼 기업 입장을 밝힐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28일 공정위가 개최한 공청회만 해도 토론자로 참석한 패널 14명 가운데 12명은 개정안 취지에 동의하고, 나머지 2명만 우려를 표명해 편파적으로 패널이 구성된 것 아니냐는 불만이 현장에서 나오기도 했다. 대기업 C 임원은 “경제단체를 통해 건의사항을 제출했으나 답변을 따로 받지 못했다”면서 “10대 그룹 CEO, 20대 그룹 임원 간담회 등이 열렸으나 건의 내용은 전혀 반영이 안 됐거나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업의 애로를 듣기보다는 특위안 취지와 공정위 입장을 강변하는 분위기여서 어느 기업인도 제대로 불만을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대기업 3곳 중 2곳은 이번 전면 개정안이 통과되면 어쩔 수 없이 고용과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중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국회 차원에서 별도 TF를 구성하고 기업 의견을 다시 수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