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작품은 역시 자신의 목소리라고 말할 수밖에 없어도, 그때 타자의 목소리를 자신의 목소리보다 소중하다고 인식한 것은 중요한 일이었습니다.”(249쪽)

일본 문학의 두 거장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와 후루이 요시키치(古井由吉)의 대담집 ‘오에 겐자부로의 말’(마음산책)에서 노년에 이른 오에가 소설에 대해 풀어낸 말이다. 소설은 자신의 목소리이지만 동시에 타자의 목소리라는 것.

타자의 목소리에 대한 언급은 오에가 자기 소설에 대한 일종의 ‘변명’으로 시작된다. 지적장애 아들 이야기를 작품 세계의 중심에 뒀기에 그의 작품을 ‘사소설’이라고 부르는 평단의 비평에 대한 설명이다. 아들의 목소리를 통해 타자의 목소리를 발견했으니 ‘나’에는 결국 ‘타자’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에는 ‘나’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남자가 런던의 어두운 길모퉁이에서 걸어가자 맞은편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인물이 있어 ‘나’를 서로 알아보는, T S 엘리엇의 ‘네 개의 사중주’의 한 장면을 인용하며 소설이란 상대편 ‘나’가 이쪽 ‘나’에게 건네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후루이도 “자신의 목소리만으로는 써나갈 수 없다. 타자의 목소리를 찾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며 “막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나도 새롭게 된다”고 말했다.

책은 두 작가가 1993년부터 2015년 사이에 나눈 다섯 번의 대담을 묶었다. 사이사이 소설에 대해, 인생에 대해, 나이 듦에 대해 말하는 두 노작가의 눈은 참 깊고 현명하다. 280쪽, 1만65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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