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 사회가 품고 있는 신권력은 우리가 알던 기존의 권력 프레임을 송두리째 뒤집을 수 있다. 가장 낯익은 사례가 아이스 버킷 챌린지, 에어비앤비, 레고의 변화 등이다. 사진은 201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열린 아이스 버킷 챌린지. AP 연합뉴스
- 뉴파워:새로운 권력의 탄생 / 제러미 하이먼즈·헨리 팀스 지음, 홍지수 옮김 / 비즈니스북스
촛불혁명·아이스 버킷 챌린지 군중들이 모여 새로운 힘으로 기존 권력 프레임까지 뒤집어
소셜미디어로 연결된 사람들 현대사회 新권력으로 떠올라
악용 땐 ISIS처럼 위험 불러 양지 향하게 끊임없이 살펴야
초연결 사회, 근래 식자(識者)라면 내남없이 언급하는 말 중 하나다. 다양한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이 국적과 나이 등을 초월해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연결된 사회는 때로 예기치 않은 결과물을 도출한다. 몇 해 전 촛불혁명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초연결된 사회의 일원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정리한 책이 사회운동가 제러미 하이먼즈와 헨리 팀스의 ‘뉴파워:새로운 권력의 탄생’이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권력을 “의도한 결과를 얻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등으로 연결된 사회는 그 자체로 권력, 즉 신권력(new power)을 갖는다. 소수가 지닌, 손에 넣으면 절대 내놓지 않는, 폐쇄적이고 지도자 주도의 상명하달식인 구권력(old power)과 달리 신권력은 “일종의 흐름(current)처럼 작동”한다. 당연히 다수가 참여하고 개방적이며, 동료 집단이 주도한다. 신권력의 목표는 “권력을 움켜쥐고 놓지 않는 게 아니라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결집하는 일”이다. 참여하면 공유하고, 공유하면 투명할 수밖에 없다. 참여, 공유, 투명성은 초연결 사회 신권력의 핵심 키워드다.
초연결 사회가 배태한 신권력은 우리가 알던 권력 프레임을 송두리째 뒤집을 수 있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아이디어가 확장할 수 있는 ‘ACE’라는 틀, 즉 ‘행동에 옮길 수 있고’(Actionable), ‘상호 연결돼 있으며’(Connected), ‘확장 가능하다’(Extensible)는 개념을 통해 구권력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낯익은 사례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다. 여러 방식으로 진행되던 이 릴레이는 2014년 7월 세미프로 골퍼 크리스 케네디에 의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친척이 앓는 병을 퇴치하는 데 힘쓰는 루게릭병협회를 기부금 수혜자로 지목함으로써 “아이스 버킷 챌린지와 루게릭병이 최초로 엮여 자선 활동 역사”의 한 장을 연 것이다. 9월까지 관련 동영상 1700만 개가 공유됐고, 4억400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100억 회 이상 조회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루게릭병협회의 여름 한철 기부금이 1억1500만 달러였다는 점이다. 협회 1년 예산의 네 배가 넘는 액수였다. 지금도 초연결 사회의 신권력은 세계 곳곳에서 루게릭병 등 각종 불치병 치료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에서는 신권력이 브랜드화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종종 대중을 사로잡기 위한 방편으로 소셜미디어를 기웃거리지만, 신권력의 브랜드화를 극명하게 볼 수 있는 영역은 아무래도 경제권이다. 대표선수는 에어비앤비다. 대중의 “새로운 방식의 체류에 대한 열정”을 연결한 이 실험은 호텔로 상징되는 거대 자본에 균열을 내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기본 로고에 “집주인이 로고를 자기 목적에 맞게 수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구성원들의 참여와 공유를 유도했다.
구권력이 신권력을 받아들임으로써 기사회생한 사례도 있다. 덴마크에 본사를 둔 레고가 그 주인공이다. 무려 70년 역사의 이 회사는 한동안 테마파크에 지나치게 치중했고, 너무 많은 종류의 상품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소비자와의 유대감마저 상실했다. 인력을 감축하고 제조 상품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극단의 방법을 택했지만, 별무소용(別無所用)이었다. 기회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레고 팬 커뮤니티”에서 터졌다. 레고에 대한 애착이 나이가 들어서도 식지 않은 레고 마니아들이 세계 도처에서 커밍아웃(?)을 시작한 것이다. 성인이 돼서도 “남몰래 숨어서 레고를 쌓던” 사람들이 양지로 나오면서 각자의 기술도 공유됐다. 한 첨단 센서 제작 전문가는 레고 그룹의 ‘새 로봇 조립 세트’의 기술적 향상에 큰 도움을 주었다.
산이 높으면 골짜기가 깊듯, 주의도 필요하다. “ISIS(IS의 전신)나 점점 늘어나는 백인 우월주의자들”도 초연결 사회의 혜택을 받고 있다. 초연결 사회를 가능케 하는 기술은 악용되면 엄청난 파괴력을 낳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신권력 플랫폼들은 ‘좋아요’와 이모티콘 등을 통해 참여, 공유, 개방을 가속화하지만 “엄청난 경제적 가치”는 오로지 그들만의 것이다. 민주주의도 위협받을 수 있다. 소셜미디어가 독재자를 쓰러뜨리는 일을 감당했지만 “새로운 유형의 강력한 독재자가 부상”할 수 있는 또 다른 위험도 안고 있다.
여전히 구권력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신권력의 편에, 인지하든 인지하지 못하든 이미 서 있다. 신권력의 편에 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구권력처럼 소수만의 몫으로 권력이 작동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권력의 향방을 살피고, 할 수만 있다면 권력을 양지로 끌어내는 일이다. ‘뉴파워:새로운 권력의 탄생’과 함께 신권력을 쥔 나와 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을 벼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456쪽,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