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 성균관대 초빙교수, 前 보건복지부 장관

오늘의 대한민국은 과연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가. ‘이게 나라냐’며 촛불을 들어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 대통령을 당선시킨 촛불 세력 및 독재와 싸워 이 나라에 민주화를 이뤄냈다는 세력에게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

민심이 천심이고 민심·천심이 곧 민주주의다. 그러니 다중이 거리로 나와 광장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게 민주주의라고들 생각한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빌미로 정치가 사회를 병들게 하고 민주화 세력으로 자칭하는 일부 집단이 반(反)민주적 행태를 일삼는 것은 우리 사회가 경계해야 할 일이다. 민주주의를 모르면서 민주주의를 부르짖고, 민주주의를 잘 알면서 권력을 잡기 위해 견강부회(牽强附會)한다면 그것은 곤란하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민낯을 들여다보자.

첫 번째 민낯은 촛불시위를 민주혁명이라 우기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 시위에 의해 자신이 대통령이 됐음을 숨기지 않고, 해외 순방에서도 자랑삼아 말했다. 지난해 10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에는 프랑스대혁명과 촛불 혁명을 비교해 언급했다가 구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프랑스혁명은 절대왕정에 대한 시민혁명이지만, 촛불 혁명은 그것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 민낯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입법·사법·행정 3권의 분립이 정립돼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상징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3권분립에 반하고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하면서까지 업무 협의를 핑계로 사법부와 행정부의 직원이 국회에 파견돼 있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국회인데 입법부의 여당은 행정부의 시녀 같은 역할을 한 지 오래다. 탄핵소추는 입법부인 국회의 고유권한인데, 사법부 소속인 판사들이 다른 동료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 검토를 결의하기도 했다.

세 번째 민낯은 민주주의 대한민국 국민이 일당독재 전체주의 북한을 칭송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구상 어느 나라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국민이 일당 독재 공산주의 전체주의를 찬양하는 나라가 있는가?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집단에 가담한 인사까지 국가 유공자로 포상하는 건 또 뭔가?

네 번째 민낯은 ‘유령 선거’가 횡행하고 있는 문제다. 여야를 막론하고 언젠가부터 당의 대통령 후보나 당 대표 선출에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관례 아닌 관례로 돼 있다. 선거에서 여론조사 활용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선거란 자격 있는 유권자가 투표소에 직접 들어가 투표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비밀리에 표명하는 행위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아무리 정치하게 이뤄지더라도 유권자의 자격 여부나 정체성이 확인되지 않는 절차다.

다섯 번째 민낯은 정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여론조사 결과가 활용되는 것이다. 국가의 주요 정책을 여론조사로 결정하면 선거를 할 필요가 없고, 대통령과 국회의원도 필요 없고, 국가정책을 논의하고 집행하기 위한 정부 부처들도 필요 없다. 민의(民意)는 국회를 통해 수렴되는 것이지, 네티즌들의 일방적 주장이 대다수인 인터넷 게시판 등으로 수렴되는 게 아니다.

오래전에 사라졌던 ‘독재’란 말이 최근 되살아나고 있다. 3대에 걸친 진짜 1인 독재정권인 북한에 대해선 침묵을 넘어 찬양하는 희극이 서울 한복판에서 공공연히 연출되고 있지만 단속하지도 않아 국가보안법 등 실정법이 사문화하고 있다. 민주정치 체제의 본질과 정당성에 대해 기본에서부터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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