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국제정치학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증액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한·미 동맹은 ‘돈 계산’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일본은 주일미군 분담금을 ‘배려예산’이라고 부른다. 미·일 동맹과 주일미군의 존재가 일본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일본 지자체도 분담금 일부를 부담한다. 일본은 2차대전 후부터 지금까지 국내총생산(GDP) 1% 이하로 국방비를 지출한다. 이런 저비용이 가능했던 것은 주일미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일본 홀로 국가안보를 지켜야 한다면 국방비는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다.

이 점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우리 국방비는 GDP 대비 약 2.3%에 이른다. 만약 한·미 동맹이 깨지고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국방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이번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얼마 더 주고 얼마 덜 주는 ‘돈 문제’로 생각해서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이 문제를 반미 감정을 조장하기 위한 기회로 이용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이 미군 예산으로 전용된다든지, 남은 돈을 갖고 이자놀이를 한다든지 하는 근거 없는 얘기들이 반미 감정을 조장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이런 악성 루머는 전혀 근거가 없다. 우리가 지난해에 부담한 9602억 원은 한국 직원 인건비, 군사 건설비, 군수 지원비로 사용된다. 그 90% 이상이 우리 사회로 모두 환원돼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다.

우리는 1991년부터 분담금을 내기 시작했지만, 일본은 1978년부터 해 왔다. 전후 미국이 만든 자유무역 질서 아래서 한국은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우리도 경제 수준에 맞게, 번영을 가져다준 한·미 동맹을 위해 기여할 때다. 1조 원 이상은 안 된다는 식으로 ‘돈 계산’으로 환원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이제 ‘의존적 안보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한국에 대해서만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브뤼셀 나토(NATO) 정상회담에서 유럽 국가들 모두에 방위비를 GDP 대비 2% 이상으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에 따라 2019년에는 GDP 2% 이상으로 국방비를 올리는 국가가 4개국에서 9개국으로 늘었다. 한국도 유럽 국가들처럼 미국과의 ‘안보 공동체’를 공고히 하기 위해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예산을 2018년 7160억 달러로 올렸다가 재정 부담 증가로 인해 2019년엔 7000억 달러로 감축한다. 2018년 실질 달러 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 국방비는 2010년 7940억 달러에서 2015년 5860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이는 6·25전쟁 이후 최저 액수다. 미국 외교정책에는 ‘월마트 원칙’이 어김없이 작용한다. 그것은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 그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난다는 것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중심의 패권 질서 유지와 증가하는 국방비 부담 사이의 적정성을 어떻게 유지해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딜레마의 표현이다.

북핵 폐기 문제를 담판 짓기 위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실무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한·미 양국 사이의 물샐틈없는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청된다. 한·미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북한의 쐐기 전략을 차단하고 완전한 북핵 폐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하루빨리 타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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