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운동가로 활동해 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3) 할머니가 28일 별세했다. 같은 날 위안부 피해자 이모 할머니도 세상을 떠나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는 23명으로 줄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29일 “김 할머니가 전날 오후 10시 41분 별세했다”면서 “장례식은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시민장’으로 한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는 2017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병마와 싸우다 최근 건강이 급속히 나빠져 병원으로 옮겨진 지 17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김 할머니는 1940년 만 14세의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고초를 겪었다. 1947년 귀국한 김 할머니는 1992년 위안부 피해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여성 인권 운동의 길을 걸었다. 김 할머니는 그해 8월 제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에서 위안부 피해를 증언했다.

1993년엔 유엔인권위원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 처음으로 파견을 나가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2012년부터는 미국, 일본, 유럽 등을 수차례 방문하며 ‘전쟁 없는 세상’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는 세상을 위한 활동’ 등의 캠페인을 진행했다. 김 할머니는 본인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분쟁지역 아동과 성폭력 피해 여성을 돕는 인권활동에 매진했다. 김 할머니는 2012년 3월 8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세계 각지에서 우리처럼 전시 성폭력 피해를 보고 있는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여성들을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할머니는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규탄하고,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촉구하기도 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 병원이며, 2월 1일 발인.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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