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 석학단체’ 의학한림원 임태환 신임 회장

“의학 등 많은 분야 연구 깊이 부족
연구 성숙해야 정책도 성숙해져
고령화·미세먼지 최우선 과제로”


“우리나라는 정책, 과학, 의학 등 모든 분야에 깊이가 부족합니다. 성숙한 정책은 성숙한 연구를 토대로 나옵니다. 연구자들이 흔들리지 않고 끈기 있게 연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가능합니다.”

의료계의 석학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 임태환(사진) 신임회장은 29일 “우리나라 문화 중 가장 안타까운 점은 모든 문제에 있어 뭐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은데, 묵묵히 자리를 지키면서 끝장을 보듯 연구하는 사람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울산대 의대 영상의학교실 명예교수인 임 회장은 최근 열린 의학한림원 16차 정기총회에서 제7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2019년 2월 1일부터 2022년 1월 31일까지 3년이다.

임 회장은 의료계 원로로서 현재 정책 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임 회장은 “특히 의료 연구는 국민이나 정부가 참을성 있게 기다려줘야 하는데 성급하게 요구해 하루 만에 인위적으로 연구를 바꾸는 게 요즘 현실”이라며 “노벨 생리의학상이 우리나라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이며, 이래서는 미래도 다가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의학한림원의 역할을 정립해 학계에서 깊이 있는 연구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미국의 의학한림원은 전체 대학교수 중 5% 정도의 연구업적이나 논문 업적이 뛰어난 사람들이 자원봉사 차원에서 국가 의료 정책에 관련된 조언이나 의료기술 연구, 의료계 나아갈 길 등에 대해 제시한다”며 “우리나라는 환경적으로 국가정책을 수립하는데 학문적인 근거를 제출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우리도 그런 시대를 만들고 싶다”며 “아주 성숙한 정책은 성숙한 연구를 토대로 나온다”고 강조했다.

우선 임 회장은 임기 중 시급한 연구과제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고령화 사회’다. 임 회장은 “노인을 오래 살게만 하는 게 정답은 아닐 것”이라며 “의료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환경문제다. 임 회장은 “미세먼지에 민감한 시대를 맞아 환경과 의료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 의료인이 정부의 대처방향에 대해 조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새로운 과학의 안정성이다. 임 회장은 “과학의 발전으로 많은 의료기술이 개발되는데, 스마트폰과 달리 건강을 해칠 수도 있어 무분별하게 들어왔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국민이 신기술에 현혹되지 않도록 한림원 같은 믿을 수 있는 기관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대한영상의학회 회장, 한국의료영상품질관리원 초대 이사장, 세계의료기술평가학회 공동 학술위원장, 아시아혈관영상의학회 설립 회장 및 2대 회장, 서울아산병원 발전위원장,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제3대 회장을 역임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이용권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