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치안감시 ‘天網’ 주민 통제 강화
기차역·공항에 ‘안면인식’ 설치
하루 200여만건 ‘天網’에 제공
샹양선 횡단보도에 감시카메라
무단횡단자 대형스크린에 띄워
개인별 통신사용·쇼핑내역 등
사생활 정보까지 전방위 추적
국민 전체 ‘잠재적 범죄자’ 취급
NYT “중국정부 첨단기술 이용
14억 인구 감시 시스템 구축”
高성장 끝나고 빈부격차 커지자
공산당 영향력 흔들릴까 우려
시진핑,마오 통치방식으로 회귀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北京) 중심가 서남쪽에 위치한 베이징서역 남광장 실내 개찰구.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를 고향에서 보내기 위해 고속철을 타러 나온 사람들이 개찰구에 놓인 16개의 안면인식 장치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승객이 신분증을 스캐너 위에 놓은 뒤 장치 윗부분에 있는 CCTV를 쳐다보면 바로 아래 화면에 얼굴이 뜬다. 승객 신분증 사진과 실제 얼굴이 일치하면 파란색 화면에 ‘대조 확인 통과, 신속히 지나가시오’라는 문구가 튀어나왔다. 서 있는 위치가 맞지 않거나 역을 잘못 찾아온 경우에는 ‘확인 실패’ 경고가 울렸다. 이 모든 과정이 단 1∼2초 안에 이뤄졌다.
역 관계자는 “새해 들어 안면인식 장치를 처음으로 도입해 운용하고 있는데, 매우 빠르고 고장 나는 일은 거의 없다”며 “기계 한 대에 하루 1만 명이 지나갈 정도로 짧은 시간에 대량의 인식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분증만 올려놓으면 기계가 자동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매우 빠르고 편해 승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중국 남동부 구이저우(貴州)성 성도인 구이양(貴陽)은 중국 내에서 CCTV가 가장 많이 설치된 도시다. 한 중국 지역 언론은 “구이양에는 도처에 ‘하늘의 눈(天眼)’이 널려 있고, 어디를 가나 ‘눈’이 쳐다보고 있다”고 묘사했다. 구이양 공안 당국은 CCTV를 통해 수집된 관할구역 내 주민들의 빅데이터 구조화 분석을 진행해 옷 색깔과 성별, 안경 및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의 외모 특징을 추출한다. 구이양 보안 시스템 취재에 나선 영국 BBC 기자는 시험 삼아 옷을 바꿔 입고 마스크를 쓰며 변장했지만 도시 곳곳에 있는 CCTV는 그의 행적을 놓치지 않았다. 결국 CCTV로 그의 위치를 확인한 경찰에 의해 7분 만에 잡혔다. 이처럼 목표 인물의 궤적을 신속히 찾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구이양은 살인 사건 해결률이 90% 이상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2017년에는 안면인식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375명의 범죄 혐의자가 잡혔고, 이 중 39명이 탈주범이었다.
중국 중부 후베이(湖北)성 샹양(襄陽)은 질주하는 차량과 무단 횡단자들이 넘치는 ‘끔찍한’ 도시였다. 샹양시는 지난해 사거리 횡단보도 주변에 안면인식 기술과 연계된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무단 횡단을 한 사람들의 얼굴이 대형 옥외 스크린에 뜨도록 했다. 무단 횡단자들은 처음에는 스크린에 뜨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재밌어했지만 나중에 법 위반 딱지를 받고 당황했다. 중국 허난(河南)성 성도인 정저우(鄭州)에서는 지난해 여름 안면인식 선글라스를 착용한 경찰들이 마약 밀수 일당을 적발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이 AI와 안면인식 기술, CCTV 등 최첨단 기술을 통해 14억 인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는 거대한 ‘하이테크 전체주의’ 사회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범죄 예방과 범인 검거 등을 위해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중국 전역에 2억 대가 넘는 CCTV는 중국 국민의 일상생활 속에 이미 깊이 파고들었다. 이는 미국의 4배에 달하는 규모로 중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감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CCTV 규모는 2020년에는 3억 대, 2021년에는 4억 대로 늘어나 도시의 모든 아파트는 물론 농촌과 기업에까지 촘촘한 감시망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리서치 회사 IHS마켓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전 세계 보안·감시 기술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으며, 안면인식 기술에 사용되는 서버 시장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전체 보안 관련 예산은 2017년 1조2400억 위안(209조 원)으로 국방비 1조500억 위안(177조 원)보다 많았다. 한 중국 보안 전문가는 “중국 경찰이 첨단기술 기반의 정보 염탐 행위에 몇 년간 300억 달러(34조 원)를 추가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중국의 치안감시 시스템은 ‘티앤왕(天網·하늘의 그물)’으로 불린다. 이는 중국 고대 철학서 ‘노자(老子)’의 ‘천왕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疏而不漏·하늘의 그물은 성긴 것 같지만 악인은 결코 빠뜨리지 않는다)’에서 유래한다. 중국 검색 엔진 바이두(百度)에 티앤왕은 “거리에 설치된 대량의 CCTV를 이용해 인터넷 모니터를 구축한 것이며, 공안기관의 노상 범죄 감시의 핵심 도구이며, 도시 치안의 강력한 배경이다. 현재 대부분 대도시에서 이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고 소개돼 있다. 즉, 안면 인식 기술과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통해 밀집 분포된 CCTV 화면을 분석해 정확하게 얼굴을 식별하는 것이다. 티앤왕을 통한 1대 1 안면 식별 정확도는 99.8%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첨단 기술 기업 ‘아이쿨’은 20개 이상의 공항과 철도역에 설치한 CCTV를 통해 수집한 안면 인식 정보를 하루에 200만 건 이상 티앤왕에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티앤왕은 지난 2005년 중국 국무원이 ‘평안(平安) 건설 전개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면서 공식화됐다. 이후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 주도로 공안부와 공업정보화부 등이 참여해 공동으로 보안 시스템 구축과 인구 및 차량 정보화 작업 등을 성 단위로 하는 티앤왕 공정을 시작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국가 및 공공 안전을 위해 테러리즘과 조직폭력 범죄, 음란물, 도박 등을 몰아내는 ‘평안 건설 창의(倡議)’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공안 당국은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에 형사범, 마약 밀매자, 테러 혐의자, 반체제 인사 등 200만∼300만 명을 집중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앤왕의 가장 큰 위험은 중국 국민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면서 감시·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정부는 14억 인구를 추적하고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국민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기술은 일반적으로 민주주의와 자유 확대, 세계와의 연결 등을 낳지만 중국은 이를 뒤집어 통제에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의 인터넷 사용과 대화 기록, 쇼핑 및 여행 기록 등 사생활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도 이미 구축됐다. 2014년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사회신용체계 구축 계획 요강’에 따른 사회신용평가 시스템은 모든 직업군을 대상으로 개인의 채무변제 기피 등 금융 활동, 교통 위반 여부, 불성실 납세 등 신용 활동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해 개인에 대해 포상이나 징벌을 가할 수 있게 한다. 대중에 항상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 중국 공산당이 정해 놓은 규율을 따르게 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거대한 사회 감시 체제 확립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NYT는 “중국의 감시 시스템은 강력한 권위만이 불안정한 국가에 질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오래된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오쩌둥(毛澤東) 주석 시절 이 같은 강력한 권위주의 통치가 이어졌다. 마오의 후임자들은 시민들에게 정치적으로 무기력한 대신에 경제적으로 부유해질 권리와 부분적인 자유를 허용했다. 이는 개혁·개방 이후 고속 성장으로 이어졌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후 이 같은 불문율은 깨졌다. 더 이상 고속 성장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빈부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국민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어 공산당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마오 시절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첨단 기술이 시 주석에게 이 같은 통치가 가능한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정치 분석가 장리판(章立凡)은 “경제·사회적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현실은 40년간 계속된 개혁·개방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며 “현 통치자들은 납세자를 감시하기 위해 납세자의 돈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도 최근 열린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중국 등) 독재 정권들이 정보기술(IT)을 이용해 만든 국가 주도의 국민 감시 시스템이 민주사회를 위협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시 주석은 주민을 억압하는 독재자로, ‘열린 사회’의 가장 위험한 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글·사진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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