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아들이 거액의 범죄 수익금을 은닉한 혐의로 첫 재판을 받은 2015년 12월 17일 대구지방법원에서 피해자들이 방청을 위해 법정 앞에 모여 있다. 뉴시스
4조 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아들이 거액의 범죄 수익금을 은닉한 혐의로 첫 재판을 받은 2015년 12월 17일 대구지방법원에서 피해자들이 방청을 위해 법정 앞에 모여 있다. 뉴시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40대 여성에게 거액의 사기를 당하고 그의 자녀 취업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지난해 12월 9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40대 여성에게 거액의 사기를 당하고 그의 자녀 취업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지난해 12월 9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최용석 회장 등 신일그룹 관계자들이 지난해 7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보물선으로 알려진 돈스코이호 인양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최용석 회장 등 신일그룹 관계자들이 지난해 7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보물선으로 알려진 돈스코이호 인양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친인척에 당하는 유사수신 피해 속출

하루평균 686건 꼴 사기 범죄
가해자 57%가 피해자의 지인

재발률, 강력 범죄의 3배 이상
실형보다 집유 많아‘솜방망이’
“범죄율 낮추려면 형량 올려야”

피해금액 92%가 ‘1억원 미만’
변제의무 없어 별도 소송해야


# 1 “사촌 할머니와 이모라는 사람들이 저희 엄마를 닦달해 다단계 사기를 쳤어요. 2억6000만 원. 이 돈은 동생 사망 보험금입니다. 글을 쓰면서도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만 나오네요. 이 돈이 어떤 돈인 줄 아는 인간들이…. 저승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돈을 받아내고 싶어요.”

# 2 “저희 어머니가 다단계 사기에 당하셨죠. 처음엔 적게 넣다가 나중엔 1억 넣고, 2억 넣었습니다. 결국 업체 대표는 사기죄로 교도소 갔습니다. 근데 교도소에서 사망해 돈 돌려받은 사람 1명도 없이 끝났네요. 저희 어머니, 이 일 때문에 전셋집 날리고…. 절대 다단계 하지 마세요. 집안 풍비박산 났어요.ㅠㅠ”


사기·유사수신 등 불법 금융 피해자들의 인터넷 카페에 최근 게재된 사기피해 게시글이다. 해당 카페 회원 수는 5만3000여 명. 사기 피해와 가해는 일부에게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최근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속아 수억 원을 떼이고 그의 자녀 취업을 알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래퍼 마이크로닷 등 유명 연예인의 가족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빚투’(#빚too·나도 떼였다) 사건도 잇따라 불거졌다. ‘보물선’ 돈스코이호, ‘단군 이래 최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제2의 조희팔’ IDS 홀딩스 사건. 끊임없는 사기에 ‘우리나라는 사기공화국’이란 자조도 나온다. 사기공화국이란 오명에는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과 미흡한 피해 복구라는 부끄러운 민낯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죄유형 1위 사기, ‘사기꾼은 아는 사람’= 사기 범죄는 매해 20만 건 넘게 발생하고 있다. 3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4년 24만4408건, 2015년 25만7620건, 2016년 25만600건의 사기 범죄가 발생했다. 사기 범죄는 2016년 전체 범죄(200만8290건)의 약 12.5%를 차지했다. 범죄유형 중 1위다. 하루 평균 686건꼴이다.

사기꾼은 대개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사기 가해자의 57.1%는 피해자의 친구나 선후배 등 지인이었다. 심지어 가해자의 9.1%는 친인척이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가해자인 비율은 33.8%에 불과했다. 의리를 중시하는 학연·지연 문화를 파고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기 친 사람이 다시 사기를 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사기범죄자의 동종 재범률은 38.8%다. 살인·강도·방화 등 강력범죄의 동종 재범률(12.4%)의 3배를 웃돈다. 전과 여부가 확인된 사기범 중 전과 9범 이상은 3만622명으로 초범(2만7746명)보다 많다. 전체 범죄를 통틀어 전과 9범 이상이 초범보다 많은 수준을 기록하기는 사기가 유일하다. 중독성이 높은 도박죄도 초범(9050명)이 9범 이상(3690명)보다 많다.

◇처벌은 낮고, 피해 복구는 멀고 = 사기 범죄는 일반적으로 처벌수준과 피해변제 정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대법원 양형기준을 보면 일반사기 사건에서 피해액 1억 원 미만은 ‘징역 6월∼1년6월’이 기준이다. 양형기준만큼 처벌을 받은 사례는 10%대를 넘지 못한다. 피해액 1억 원 미만 사건은 전체 사기사건의 92.4%에 달하는데 상당수가 피해자와의 합의 등 사유로 집행유예를 받아 실형을 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2017년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유사수신법 위반 혐의로 처리된 6968건 가운데 1145건(16.4%)만 재판에 넘겨졌다. 494건(7.1%)은 약식기소, 2199건(31.6%)은 불기소처분됐다. 같은 기간 유사수신 혐의에 따른 실형 선고 비율은 1273명 중 224명(17.6%)에 불과했다. 집행유예가 505명(39.7%)으로 실형 판결보다 2배 넘게 많았다. 검찰 관계자는 “사기 형량 자체를 높여야 범죄율을 낮추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다”며 “범죄로 얻는 수익보다 범죄로 인한 형벌이 더 크다는 점을 체감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낮은 피해 복구율도 문제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사기 피해를 보고 피해액을 회수하지 못한 비율은 2016년 기준으로 83%에 이른다. 피해 복구가 어려운 이유는 돈 회수가 원칙적으로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영역이어서다. 현행법상 사기 가해자는 변제의무가 없기 때문에 피해자가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 피해액을 환수해야 한다. 민사소송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데다 소송에서 이겨도 강제집행할 사기 가해자의 재산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지난해 11월 보이스피싱과 유사수신·다단계판매 사기 범죄자 재산을 몰수 대상에 포함하는 부패재산몰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가가 보이스피싱 사건 등을 수사하다가 범죄자 재산을 발견했을 때 몰수·추징한 뒤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게 된다. 이 정도로 피해 금액을 복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평가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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