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연휴 후유증을 경험한 성인이 무려 80%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모든 시작이 바로 잘못된 말입니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말은 절대 하지 않는 우리의 서투른 대화법이 문제입니다. 바꿔 놓고 보면 누구나 듣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와 그의 남편인 이명수 님은 항상 “그래 네가 옳아” “맞아 당신이 옳아”라는 말부터 합니다. 내 편이 있다는 것만큼 행복하고 가슴 따듯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10여 년 전 설 연휴에 골프장을 찾아 라운드했던 기억이 납니다. 겨울이고 설 연휴라 내장객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모처럼 여유로운 라운드를 상상했지만 막상 필드에 나가보니 앞 팀으로 인해 많이 밀렸습니다. 성질 급한 후배가 앞 팀을 향해 온갖 불만과 욕을 쏟아냈습니다. 그러지 말라고 말렸지만, 사실 짜증이 좀 났습니다. 앞 팀은 계속 손짓하면서, 레슨하는 듯했습니다. 결국 경기과에 연락했고 앞 팀을 다녀온 경기과 직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앞 팀 멤버 중 청각 장애 골퍼가 있었고 계속 수화를 한 분은 바로 어머니였다는 겁니다. 그 가족은 조금은 한가한 명절을 이용해 함께 골프하러 왔던 것이었습니다. 그리 화를 냈던 후배는 이후 말이 없었고, 동반자들은 아주 천천히 라운드했습니다. 이후 참 많이 밀리고 6시간 가까이 지났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뒤 팀에서도 없었습니다.
세상엔 절대 당연한 것이 없습니다. 누구에겐 당연할지 몰라도 누구에겐 부당할 수 있음을 설 연휴 명절 라운드를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올 설 연휴엔 내 생각부터 말하지 말고 상대방의 이야기부터 듣고 “그래 네가 옳아!”라는 말 한마디 건넬 수 있길 희망합니다.
칼린 지브란은 “미모는 눈만 즐겁게 하나 상냥한 태도와 말솜씨는 영혼을 매료시킨다”고 말했습니다. 누구에겐가 영혼을 매료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신가요?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