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유죄 판결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담당 재판부를 향한 공격이 비(非)이성을 넘어 헌법(憲法)마저 유린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입법·행정·사법 등 3권을 분립해 상호 견제토록 한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요체인데 집권 여당에 의해 이런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현실은 참담하고, 위중하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재판을 “양승태 적폐사단이 조직적으로 저항을 벌이고 있다”며 “대선 결과를 부정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사법부 판결을 매도하며 대선 불복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급조한 당내 대책기구의 이름도 ‘사법 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라고 명명, 담당 재판부를 공공연히 ‘사법 농단 세력’‘적폐’로 치부했다. 박주민 대책위원장은 “항소심을 맡을 서울고법 판사들 절대다수가 사법 농단 판사들이어서 걱정”이라며 노골적으로 ‘2심 재판부’를 겁박했다.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미 도를 넘었다. 이재정 대변인은 “본인의 열등감이랄까 부족한 논리를 앞에서 강설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저급하기 짝이 없는 인신공격이다. 성 부장판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해 유죄 판결과 영장 발부를 할 때는 ‘진정한 판사’ 운운하다가, 이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2년간 비서로 근무한 경력을 꼬투리 잡아 공격을 펴는 것은 이중 처신이다. 대한변협을 비롯한 법조 단체와 학계는 물론, 일선 판사들까지 ‘3권분립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태’‘독재 정권적 시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배경이다.

이번 판결은 성 부장판사 외에 2명의 배석판사가 함께 내린 것이고, 31일 공개된 170쪽에 이르는 장문의 판결문을 보면 “물증이 없다”는 김 지사나 여당의 주장과는 달리 증거목록만 20쪽에 달할 정도로 위법 사항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판결문을 한 번이라도 숙독한다면 이런 억지 주장이 나올 수 없다. 설령 재판에 불만이 있다고 해도 앞으로 2심, 3심이 있는 만큼 반박 증거를 보충해 다투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감정적 표현을 동원해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 건 집권당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정치권의 부당한 사법부 매도에도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김 대법원장은 1일 출근길에 “표현이 과도하거나 개개인 법관 공격으로 나아가는 것은 재판독립 원칙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했지만, “법관 독립 침해 시도를 온몸으로 막겠다”고 취임 때 밝힌 것과는 온도 차가 크다. 판사가 집권당과 정권 지지 세력의 부당한 공격에 노출된 헌법 유린 사태에 단호하게 맞서지 않으면 정권 눈치 보는 사법부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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