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여론을 움직이기 위한 대규모 인터넷 댓글 조작을 ‘드루킹’에게 시킨 혐의와 6월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해주는 대가로 드루킹 측에 고위 외교관직을 제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30일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김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 판결은 대선의 정당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불러오고 있다.

사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수사 의뢰를 받고도 특검이 개입하기까지 검찰과 경찰은 반년 가까이나 은폐 내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수많은 증거가 사라졌다. 이것은 그 자체로 명백한 범죄행위를 구성한다. 김 지사에 대한 실형 선고는 적폐 세력의 농단이요 보복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법관탄핵 준비 절차에 들어가 사법(司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까지 만드는 등 그 반발이 도를 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실패의 전주곡일 수 있어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우리나라가 표방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이와 함께하는 권력분립 및 견제·균형의 원리는 사법권의 독립을 축으로 움직인다. 사법 권력을 행사하는 법관은 권력이나 이권이나 인맥에 의한 압력 없이 오직 법과 양심(건전한 상식)에 따라 증거조사하고 (위)법을 발견해 판결을 내린다. 그러므로 사법권의 독립은 이런 법관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한다.

첫째로, 신뢰할 수 있는 법관을 기르고 담보하기 위해서 4년제 대학에 더한 로스쿨 교육에 이어 변호사시험으로 테스트하고 그러고도 선발 과정과 몇 년의 수련 과정을 거쳐 판사가 된다. 둘째로, 법관에 대한 신뢰 위에서 비로소 권력 통제, 즉 삼권분립과 견제·균형 장치는 작동한다. 예를 들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신뢰할 수 없다면 탄핵결정도 당파싸움이지 존중되는 결정일 수 있겠는가? 셋째로, 법이 정의(正義) 실현에 기여하는 것은, 법은 원고·피고의 권력·재산·인맥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공정하게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를 담보하는 것이 법관의 자질과 법관에 대한 신뢰다.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담당 부장판사의 박근혜 전 대통령 유죄 판결 때에는 “용기 있는 판결”이라며 박수 치더니 이번에는 판사 탄핵을 논한다. 정황상 엄청난 심리적 압력 속에서 외롭게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용기 있는 판결”인지 아는가?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인가, 어떻게?

법의 지배(the Rule of Law)가 서지 않으면 자유민주주의는 망한다. 법관의 판결을 보편적 법의 잣대가 아니고 그때 그때의 정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조선 시대 당파싸움의 그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법에 획일적인 정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공산 전체주의 독재의 한 모습이다. 그곳(중국·북한)에서는 판사도 공산당원이고 공산당 상임위원회가 위헌법률심사를 한다. 이른바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이 획일적·조직적인 ‘코드’인사(승진과 전보 등)와 ‘코드’의 잣대에 따른 청산이 아니기를 자유민주주의 이름으로 기원한다. 정치 잣대 못지않게 이권과 인맥의 잣대 또한 법의 지배를 허문다.

판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된 법관이지, 법관대표회의에서처럼 단체행동한다고 민주적으로 되는 것도, 사법권이 더 커지는 것도 아니다. 법원 ‘행정권’은 행정부의 행정권과 개념상 다를 수 없으며, 판사의 신분으로 법원행정처의 보직을 받아 법원행정권한을 행사(청와대와 교감)한다고 그것이 재판 거래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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