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관계자 “준비된 게 없다”
연일 기대치 낮추며 신중모드

비건-김혁철 실무협상에 따라
4자 종전선언 급부상할 수도


청와대가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기로 한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이 포함될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청와대는 남·북·미·중 정상이 참석해 서명하는 종전선언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이 대북 제재보다는 종전선언을 선호하고 있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현재 평양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무 협상 결과에 따라 4자 종전선언 카드가 급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은 여전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상식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에 가서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지금까지 준비된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날 “남·북·미·중 종전선언 가능성은 아직 별로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미국과 북한이 종전선언을 한다고 하면 문 대통령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북의 의제 협상에서 종전선언이 미국의 주요한 상응 조치로 합의될 경우 문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베트남행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혀 종전선언이 협상에서 제시할 수 있는 주요 카드임을 시사한 바 있다. 북한의 영변 핵 시설 등 핵물질 농축 시설 폐기에 대한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전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베트남에서 회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4자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때만 해도 종전선언에 적극적이었던 청와대가 이번에는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북한의 입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자들과 매체는 최근 들어 평화체제와 제재 해제를 자주 언급할 뿐 종전선언은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정치적 의미만 부여할 수 있는 종전선언보다는 제재 문제를 건드려 확실한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를 보이는 것이다. 청와대도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이번 회담은 미·북 간 주고받기에 충실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미국의 상응 조치를 두고 한·미 간 이견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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