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선출땐 中지원 축소 전망
기후변화 관련 예산도 줄일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중국 강경파’이자 자신의 최측근인 데이비드 맬패스(63·사진) 미 재무차관을 세계은행(WB) 총재로 지명했다. 그동안 중국을 극렬하게 비난해왔던 맬패스 차관이 세계은행 총재에 최종 선출될 경우 중국 등 개발도상국 지원 축소와 구조조정 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6일 뉴욕타임스(NYT),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맬패스 차관은 매우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라고 언급하면서 총재 후보 지명 사실을 밝혔다. 그는 “우리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미국 납세자들의 세금이 효과적이고 현명하게 쓰이도록 하는 것”이라며 “맬패스는 오랫동안 세계은행의 책임에 대한 강력한 옹호자”라고 설명했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행정부에서 각각 재무부, 국무부 관료를 지냈던 맬패스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경제 참모를 거쳐 행정부에 입성했으며 특히 보호주의 무역정책 입안·실행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맬패스 차관은 평소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한 중국에 대한 세계은행의 차관 공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제기구 중심 다자주의에 대해서도 비판적 태도를 보여온 만큼 세계은행의 조직 및 역할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지구온난화 현상을 허구라고 비난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으로 세계은행이 그동안 추진해온 기후변화와 친환경에너지 프로젝트 등도 예산이 삭감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오는 3월 14일부터 189개 회원국으로부터 차기 총재 후보를 추천받아 최종후보 3인을 발표한 뒤 4월 중순 새로운 총재를 선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16% 의결권을 가진 최대주주 미국 정부가 지명한 후보가 관례적으로 총재로 선출됐다. 하지만 이번 총재 선출에서는 향후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인이 아닌 총재를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 비미국인 총재를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한국계 미국인인 김용 전 총재는 지난 1월 임기를 3년여 앞두고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 전 총재는 트럼프 행정부와 정책상 견해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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