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은 항간에 떠돌던 ‘안·이·박·김’ 징크스를 공개 거론했다. 조 의원은 형 강제입원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던 이재명 지사에게 “시중에 ‘안이박김’ 숙청설이 회자되고 있다”면서 “안희정, 이재명 날리고 박원순 까불면 날린다는 말인데 소회가 어떠냐”고 물었다.
당시에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구속이 전혀 거론되던 시기가 아니라 ‘김’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있었지만, 일단은 김 지사가 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비서인 김지은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가 됐다가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에 법정구속됐고, 김 지사도 무죄 가능성이 점쳐지다가 1심에서 징역 2년에 법정구속되면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만 오르던 ‘안이박김’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항간에는 차기 대권의 향방은 법원이 쥐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누가 전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묘하게 적중률이 높아지는 이 시나리오 때문에 여권이 크게 당혹해 하고 있다. ‘박’으로 거론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철도공사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지경이다.
‘안이박김’ 징크스가 부상하면서 여권의 차기 주자군 경쟁이 안갯속이다. 지난 대선 직후만 해도 넘쳐난다고 할 정도로 풍부했던 대선 주자군이 속절없이 무너지자 지지층 내부에서는 절대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등판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역대 정권을 보면 의도한 대로 대권 구도가 짜이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때 민정계가 주류였지만 결국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권을 가져갔다. YS 때는 민주계 최형우, 김덕룡, 이인제 등이 유력 후보로 나섰지만, 이회창 전 총재에게 후보가 돌아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권노갑, 한화갑, 한광옥 등 동교동계가 당의 주류였지만 비주류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권을 장악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년 집권론을 얘기하며 친문(親文) 중심의 정권 재창출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이 오만해지면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경험칙상 진실에 가까운 것 같다. 20년 집권론을 거론하기 이전에 남은 3년이라도 좋은 성적표를 낸다면 국민이 다시 선택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과를 자신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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