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회담은 대한민국 안보에 또 하나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런 만큼 회담이 예정된 오는 27∼28일까지의 20일 동안, 문재인 정부는 총력을 다해 북핵 폐기 문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빗나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이미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6일 평양을 방문해 실무협상을 시작한 만큼, 빈틈 없는 한·미 공조를 통해 국가 안보와 국익 수호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청와대부터 외양에 들떠 본질은 뒷전인 조짐이 보여 걱정된다.

이제라도 문 정부가 방향 감각을 잃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회담은 실질의 측면에서 볼 때, 리얼리티 쇼에 불과했다. 그래도 미국과 북한의 사상 첫 정상회담이었던 만큼 만남 자체에 어느 정도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었다. 이번 2차 정상회담은 그 재판(再版)이 돼선 안 된다. 북한은 핵무기를 대량 생산할 시간을 벌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베트남 회담이 제2 싱가포르 회담이 될 불길한 징후는 수두룩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날짜부터 덜컥 발표해 시간에 쫓길 가능성이 커졌다. 이럴 경우, 전체주의 체제인 북한이 민주주의 체제의 미국보다 훨씬 유리하다. 또 다시 졸속 합의나 미국과 한국에 불리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최악의 경우엔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을 줄이고, 그 대신 대북 제재를 완화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을 실질적으로 중단하는 이른바 ‘스몰 딜’로 흐를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진 문 정부는 이런 상황을 막아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 핵무기 폐기의 실질적 방안을 도출하는 데 성패(成敗)가 달렸다. 한반도 비핵화 같은 막연한 언급이 아니라 북핵의 완전 폐기라는 개념부터 명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핵 무기·시설·역량 등의 모든 것을 담은 ‘리스트’의 신고와 검증 프로세스에 대한 합의가 출발점이다. 이번에는 북한의 단계별 비핵화 로드맵과 함께, 합의 이행에 실패하면 더 강한 제재를 부과하는 강력한 스냅백 조항도 담아야 한다. 북핵 문제와 주한미군 등 한·미 동맹은 별개라는 사실도 합의문에 포함되도록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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