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시의 연대기’ 등을 남기고 지난해 세상을 떠난 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르 귄이 에세이집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황금가지)에서 전하는 ‘판타지 소설에 대한 정의’다. 그는 판타지 소설이란 ‘모든 일이 늘 하던 식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어떨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만약 세상의 일들이 평소와 다르게 흘러가면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를 상상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상상은 결국 세상이 지금처럼 그대로 유지될 거라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집는다며 르 귄는 이를 ‘불확실의 자유’라고 했다. 또 판타지 소설을 얕잡아 보는 사람들이 별생각 없이 판타지 소설을 꿈과 같다고 말하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판타지에 전 생애를 걸었던 르 귄의 정의를 꽤 길게 인용한 것은 판타지에 대한 그의 해석이 우리 삶에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어떤 일에 대해서건 “꼭 그래야만 할까”라는 질문을 던질 때 닫혀 있던 새 문이 열린다. 스스로 자기 삶을 꾸리는 예술가가 돼 의무와 책임을 다할 때 꿈은 그저 몽상이나 현실도피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유롭게 풀어내는 글 속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은 르 귄이 2010년부터 5년 동안 블로그를 통해 남긴 글 40여 편을 담은 생애 마지막 에세이집이다. 322쪽, 1만3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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