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 들어 총파업 카드를 자주 꺼내 든다. 지난해 11월 총파업에 이어 이달에도 총파업을 예고했다. 명분은 차치하더라도 툭하면 총파업한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위협은 정권에 대한 분풀이처럼 보인다.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인데 정권을 잡고 나니까 딴말한다고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권 입장에서는 전직 대통령 탄핵에는 사나운 사냥개가 필요했지만, 정권을 유지하고 재집권하는 데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다.
정부는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후유증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노총의 협조가 절실했다. 이들 정책으로 일자리는 물론 소득 불평등도 악화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대통령의 간절한 부탁에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외면했다. 사회적 대화를 하면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투쟁하면서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걸 경험했다. 민주노총이 투쟁의 역사였다는 것을 간과한 정부는 우습게 됐다.
최저임금법 개정, 탄력근로제 확대, 의료민영화 등에 대한 반대가 총파업의 명분이 될 순 없다. 아무리 많은 명분을 내걸어도 기득권을 가진 소수의 근로자는 이익 보고 대다수 근로자가 손해 본다면 공감하기 어렵다. 총파업을 벌이면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로 점수를 잃은 정부뿐 아니라 민주노총에도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민주노총은 지난 1월 대의원대회에서 조직 내부의 난맥상이 드러나면서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으려나 하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런 와중의 총파업은 정부에 대한 화풀이, 집행부의 책임 회피, 조직의 내부 결속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만 키운다.
전투적 노동운동은 이제 끝내야 한다. 민주노총은 투쟁 일변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노총이 될 수 없다. 투쟁만 하는 노동운동은 정치권에 이용당하기 십상이다. 정권에 토사구팽당하는 것도 자업자득이라는 반성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정권 창출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인했다.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기반으로 하는 노동정치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 민주노총은 그 힘을 어디에 쓸지 고민해야 한다. 근로자의 90%가 노조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비정규직 차별은 노조가 장악한 대기업의 문제라는 점부터 반성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역사는 20년이 조금 넘지만 급성장했다. 그러나 기술 혁신과 중국의 경제 대국화 등으로 노동시장 환경은 더 빠르게 변했다. 제조업의 고용 비중이 격감해 근로자의 75%가 서비스업에 종사하게 됐고,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반의반 토막이 나면서 고임금 근로자는 줄고 저임금 근로자만 늘었다. 기득권의 벽에 부닥친 청년 백수와 일·가정 병행에 장애가 되는 낡은 고용 관행 때문에 일하지 못하는 여성이 즐비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과거의 틀에 매달리고 있다. 노동운동이 소외시킨 절대다수 근로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민주노총이 나서야 한다.
국민은 새로운 민주노총을 원한다. 탄압받는다는 불평은 그만하고 막강한 힘을 좋은 데 써야 한다. 가게가 줄줄이 문 닫는 이유를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 중국은 급성장하는데 한국의 핵심 산업과 대표 기업이 쇠퇴하는 문제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일반인도 피부로 느끼는 문제를 민주노총이 모른 체한다면 국민은 분노한다. 지금은 총파업을 벌일 때가 아니다. 민주노총은 자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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