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통해 내용 파악했어도
사실상 불법사찰 아니냐”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이 지난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가 한창이던 당시 검찰 수사관 출신 특감반원을 통해 특검 수사 내용을 파악하도록 해 보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시를 받은 특감반원이 평소 친분이 있던 특검 내부자를 통해 수사 내용을 파악해 이 전 특감반장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커 파장이 확대될 수 있다.
특감반 출신 김태우(사진) 전 검찰 수사관은 1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7월 25일 ‘드루킹이 특검팀에 USB를 제출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인 같은 날 오전 11시 11분 이 전 특감반장이 검찰 수사관 출신 특감반원 4명이 있는 텔레그램 방에 ‘이거 맞는지, USB에 대략 어떤 내용 있는지 언론보다 빨리 알아보면 좋겠는데’라며 사실상 ‘불법사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13분 후인 오전 11시 24분 박모 전 특감반원이 내용을 알아본 뒤 텔레그램 방에 ‘USB 제출은 사실이고, 김경수 경남지사와의 메신저 내용 포함. 댓글 조작 과정 문건’이라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텔레그램 내용은 김 전 수사관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증거분석) 과정에서도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수사관의 휴대전화는 수원지검이 지난달 23일 압수수색해서 포렌식했다. 포렌식한 내용을 ‘청와대 특감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에서 영장을 통해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특감반 관계자는 “드루킹 USB 관련 보고 내용은 특검팀이 아니라 아는 기자를 통해서 확인한 것으로, 정보 공유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수사관은 “‘언론보다 빨리’ 확인하라고 지시한 상황에서 아는 기자를 통해 확인했다는 해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 전 수사관은 “특감반원 중 검찰 수사관 출신 4명에게만 특정해 특검 수사 내용을 파악해보라고 지시한 것은 특검팀에 합류해 있는 친분이 있는 검찰 수사관들을 통해 내용을 파악해보라고 지시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검찰 수사관 출신 특감반원과 각별한 친분이 있는 특검 내부자가 여럿”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융 특검보는 특검팀 관계자가 특감반에 수사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특감반이 권한 범위를 넘어 특검 수사 상황을 파악했다면 ‘권한 남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특감반장이 불법 동향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수사개입으로 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며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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