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생활실태 현황·조사’

기초수급자 많고 옥탑방 ‘전전’
유족들 “복지불안 가장 힘들어”
전문가들 “정부 예산 확보해야”


올해로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았지만 고국을 찾아 돌아온 독립유공자 후손 중 74% 정도는 주거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일제강점기 해외로 망명한 독립유공자의 후손 중 귀국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영주귀국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독립유공자 후손인 김모(여·84) 씨는 손잡이를 잡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나오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옥탑방에 산다. 난방을 틀어도 얇은 벽을 파고드는 한기 때문에 김 씨의 집 벽과 문에는 이불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2003년 남편과 함께 귀국한 김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면서 여러 곳을 전전해야 했다. 그나마 4년 전 정착 지원금 5500만 원을 받아 현재 살고 있는 옥탑방을 전세로 간신히 구할 수 있었다. 김 씨는 “할머니에게서 어려서부터 ‘너는 조선인이다. 해방되면 조선에 가야 한다’고 들어 고향에서 살아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한국에 오니 도움받을 사람도, 집도 없어서 힘들다”고 말했다. 김 씨는 독립유공자 김기전 선생의 손녀다. 김기전 선생은 1918년 만주로 망명해 ‘배달학교’를 세우는 데 참여하고 교사로 활동하는 등 청소년 교육을 통한 독립운동으로 민족의식을 고취한 인물이다. 정부는 1990년 김기전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문화일보가 국가보훈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영주귀국 독립유공자 유족에 대한 임대아파트 등 주거 지원 현황’에 따르면 주거 지원을 신청한 225명 중 59명(2018년 12월 31일 기준)만이 지원을 받았다. 26.2%에 불과하다. 김우회 영주귀국독립유공자유족회 대표는 “귀국한 독립유공자 유족 중에 아직도 옥탑방이나 반지하에 사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주거 지원의 중요성은 보훈처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보훈처가 2016년 실시한 ‘영주귀국 독립유공자 유족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71명 중 177명(47.7%)이 ‘주택 지원 등 복지시책 부족으로 인한 정착 초기 불안정’을 귀국 후 가장 힘든 점으로 꼽았다. 박중훈 한국행정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귀국한 후손들이 잘 정착해야 아직 해외에 거주하는 후손들도 귀국의 꿈을 키울 수 있다”며 “희망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해 수요에 상응하는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아 실태를 논의해 달라”고 호소했다.

보훈처는 무주택 기간, 주택 지원 혜택 여부 등을 반영해 주거 지원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 보니 경제 형편이 어려워도 탈락하는 후손이 부지기수다. 법적으로는 2017년 개정된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정착지원금 지급 대상 중 세대주 누구나 주거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임대주택 희망자는 많은데 물량 자체가 적다”고 밝혔다.

송정은 기자 eun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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