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관련 실태조사도 없어
2017년 국회 법안발의 됐지만
별다른 논의없이 상임위 계류


최근 집배원·게임회사 직원 등의 잇따른 돌연사로 과로사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정부와 국회에 과로사방지법(가칭) 제정 촉구를 합의해 추이가 주목된다. 경사노위 합의문의 주요 내용은 △정부와 국회에 과로사방지법 제정 촉구 △정부 각 부처의 과로사 예방 조치 법적 근거 마련 △과로사 예방을 위한 정부의 정책 및 대책 수립·시행, 조사·연구, 교육, 홍보 및 지원 근거 마련 △사업주·근로자의 과로사방지 대책 협력 등이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11일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및 과로자살 문제는 국민건강은 물론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방치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범정부적으로 종합적·체계적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과로사방지법 제정을 촉구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1차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표결 끝에 ‘과로사 방지 및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합의문(안)’을 도출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실제 과로사방지법이 입법되기까진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일본을 제외하면 과로사방지법 입법례가 외국에 없는 데다, 국내에서도 아직 관련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당시 회의에서도 이를 두고 격론을 벌이다 표결까지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경영계는 근로자 건강권 확보 차원에서 과로사 방지를 위한 노력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중소기업 경영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법 제정 권고는 적절치 않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경영계 위원 측은 “국내 과로사 실태·현황 및 문제점에 대한 파악이 선행돼야 하고, 일본의 과로사방지법 시행 이후 실태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며 “법을 제·개정 하는 대신 정부에 과로사 방지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창현(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에 대표 발의한 과로사방지법도 별 논의 없이 현재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제4조 ‘정부의 책무’에 과로사 예방을 담은 문장을 추가하는 방식의 법 개정이면 충분하고 별도 과로사방지법을 제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위원 측은 “대책 마련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정부가 산업재해예방 중장기 계획 수립 시 과로사 예방 내용을 포함해 추진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해 법 제정에는 난색을 표명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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