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제 탈락한 지자체장들
예타 끝나지도 않았는데
잇따라 비상식적인 발표
정부가 전국 시·도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를 발표한 이후 후유증이 심각하다. 예타 면제에 포함되지 않은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일부 지방자치단체 기관장이 예타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예타 통과를 약속받았다’ 등 비상식적인 발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경제 부처 등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는 지난 8일 공식 자료를 통해 “염태영 시장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초청 전국 기초단체장 오찬간담회’에 참석한 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신분당선 호매실 구간 연장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수원시는 염 시장의 설명에 대해 “홍 부총리는 ‘걱정하지 말라’면서 ‘기재부가 올해 안에 호매실 구간 연장 사업 예타가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예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홍 부총리가 예타 통과를 약속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에 예타 면제에서 탈락한 일부 지자체장이 주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정부가 예타 통과를 약속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 아니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예타를 면제할 권한은 기재부 장관에게 있지만, 예타를 시행하기도 전에 예타 통과를 약속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예타 통과 여부는 실제로 해본 뒤에나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세종 관가에서는 “예타를 하기도 전에 통과를 약속한다면 예타를 도대체 왜 하느냐는 회의론이 커질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경제계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정부가 지난 1월 29일 내놓은 전국 23개 사업, 24조1000억 원(총사업비, 잠정)에 대한 예타 면제를 꼽고 있다. 전국적 규모의 예타 면제라는 ‘꼼수’를 동원하니까, 예타 면제에 떨어진 사업을 추진해온 지자체장이 ‘정부가 예타를 통과시켜 주기로 했다’는 식으로라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민간 경제연구소 고위관계자는 “정부의 ‘1·29 예타 면제’ 발표로 예타 제도는 사실상 무력화(無力化)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번 일이 선례가 돼 다음 정부에서도 정권의 필요에 따라 전국적 규모로 예타가 면제되는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예타 끝나지도 않았는데
잇따라 비상식적인 발표
정부가 전국 시·도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를 발표한 이후 후유증이 심각하다. 예타 면제에 포함되지 않은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일부 지방자치단체 기관장이 예타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예타 통과를 약속받았다’ 등 비상식적인 발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경제 부처 등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는 지난 8일 공식 자료를 통해 “염태영 시장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초청 전국 기초단체장 오찬간담회’에 참석한 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신분당선 호매실 구간 연장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수원시는 염 시장의 설명에 대해 “홍 부총리는 ‘걱정하지 말라’면서 ‘기재부가 올해 안에 호매실 구간 연장 사업 예타가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예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홍 부총리가 예타 통과를 약속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에 예타 면제에서 탈락한 일부 지자체장이 주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정부가 예타 통과를 약속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 아니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예타를 면제할 권한은 기재부 장관에게 있지만, 예타를 시행하기도 전에 예타 통과를 약속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예타 통과 여부는 실제로 해본 뒤에나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세종 관가에서는 “예타를 하기도 전에 통과를 약속한다면 예타를 도대체 왜 하느냐는 회의론이 커질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경제계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정부가 지난 1월 29일 내놓은 전국 23개 사업, 24조1000억 원(총사업비, 잠정)에 대한 예타 면제를 꼽고 있다. 전국적 규모의 예타 면제라는 ‘꼼수’를 동원하니까, 예타 면제에 떨어진 사업을 추진해온 지자체장이 ‘정부가 예타를 통과시켜 주기로 했다’는 식으로라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민간 경제연구소 고위관계자는 “정부의 ‘1·29 예타 면제’ 발표로 예타 제도는 사실상 무력화(無力化)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번 일이 선례가 돼 다음 정부에서도 정권의 필요에 따라 전국적 규모로 예타가 면제되는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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