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발로 써라”는 경구(警句)를 대학신문 학생 기자 시절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연예인 업주의 이태원 골목식당 폐업 관련 뉴스의 실상이 궁금해 지난주 점심시간에 현장에 가봤다. 문을 닫은 식당이 즐비해 철거 직전 재개발 단지와 흡사했다. 당초 최저임금 급등이 폐업 사유로 거론됐는데, 친정부 방송 매체에 소환된 업주가 고액 임대료 화두를 끌어들이면서 정치색이 더욱 짙어졌다. 빈 건물이 널려 있는데 ‘임대료 폭등’을 들먹이는 것은 정말 생뚱맞다.
‘2018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대한 정부 발표에서도 현장과 괴리된 통계가 눈에 거슬렸다. 15∼29세 청년고용률이 42.7%로 전년보다 0.6%포인트 올랐고, 고용지표도 주된 취업 연령층인 25∼29세를 중심으로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여야가 집행 규모(41조 원과 54조 원)를 놓고 공방 중인 문재인 정부 초대형 일자리 예산의 ‘반짝 효과’가 침소봉대된 것이다. 바닷가 폐그물 수거와 빈 강의실 전등 끄기가 청년의 평생 직업이 될 순 없다. 그런 일로 허송하다 취업 적령기를 놓치면 일생은 통째로 망가진다. 정부의 단기 일자리 땜질은 양적 속임수고 ‘고용의 질’을 떨어뜨릴 사탕발림이다.
복지 확충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 구조를 뒤흔든 박근혜 정부의 ‘은근한 증세’의 효과가 본격화한 시점에 정권을 인수한 문 정부는 세율도 대폭 올렸다. 지난해 초과 세수(稅收)는 25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 규모다. 세금 인상으로 엎친 기업에 최저임금 폭등과 주 52시간 근무제가 덮쳐 투자 의욕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양질의 기업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해외 토픽에 등장할 만큼 치솟는다.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비용을 보조하고 노동법 규제를 경감하는 ‘광주형 일자리’가 현대자동차 돈으로 개시될 예정이다. 통영과 울산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려고 여당이 바쁘게 움직이지만 돈을 낼 기업은 불안하다. 실패하면 기업이 손해를 몽땅 뒤집어쓰지만, 성공할 경우 노동계가 그냥 두지 않을 것이란 걱정 때문이다. 우선, 작명부터 다시 해야 한다. 광주에서 먼저 시작됐지만, 일자리 규제 일부를 유보하는 것이 요체이므로 ‘특례 일자리’ 또는 ‘파격 일자리’로 바꾸고 합의사항 이행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여파로, 개발단계에 집중적 작업이 필요한 게임산업 등은 해외로 옮길 태세다. 분초(分秒)를 다투는 연구·개발 과제는 밤낮 없는 연속 작업이 필수다. 근로자의 선택에 따라 근무조건을 합의하는 고용 특례를 허용해야 한다. 기업이 현장 경험으로 파악한 인력 수급 전망에 맞춘 교육훈련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가 향후 5년간 1만 명 인력 양성을 목표로 500명 규모의 1기 교육을 개시했다. 반도체·전자 및 이동통신 사업자를 중심으로 코딩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교육훈련을 통한 전문가 육성에 적극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일자리 사정의 악화 조짐은 갈수록 짙어진다. 지난 1월의 실업자 구직 활동 지원을 위한 구직급여 총액이 역대 최대인 625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8% 늘었다.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해외 투자 은행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다. 초과 세수에 기댄 공공기관 단기 채용과 같은 미봉책은 과감히 버리고 기업에 대한 규제와 세금을 획기적으로 줄여 투자와 고용 활성화를 유도하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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