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 前 駐유엔 대사

2차 미·북 정상회담이 16일 앞으로 다가왔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 평양 실무 협상 내용이 발표되지 않고 있어 정상회담 결과를 예측하긴 이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사례를 교훈 삼아 이번엔 준비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다행스러운 신호도 있다. 실무 대표 간 재회동이 곧 있을 것이란 백악관 발표도 있고, 완전한 비핵화의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비핵화 개념에 대한 미·북 간 입장 차가 심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비건 대표의 최근 연설도 그런 인상을 준다. 지금은 북한 입장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트럼프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올바른 대응 방향을 재점검하는 데 마지막 노력을 기울일 때다.

우선, 올해 북한의 행보에 비춰 비타협적 완고함은 협상이 진행될수록 더 강해질 것이며 의제를 한없이 미분화하는 살라미 전술과 함께 벗겨도 벗겨도 핵심은 밝히지 않는 양파 같은 전술은 계속될 것이란 우려를 굳혀준다.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쇄, 시범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동창리 미사일 발사 시설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에 합의할 수만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북측의 조치들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최소한의 필요조건(미래 핵 능력 포기)인지, 또는 충분조건(과거, 현재와 미래 핵 능력의 동시 포기)인지를 따져서 그에 따른 등가성 교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혼동해 기준에 미흡한 것들을 과대 포장한 후 비핵화인 척 주장하고 미측은 이를 성공인 척 받아들이는 위선은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파국을 맞게 된다. 옛 소련에서 공산당 정부는 봉급 주는 척, 노동자는 일하는 척하다가 나라가 해체됐다는 농담은, 당장의 편의를 위해 진실을 외면했을 때 결과가 어찌 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 포기는 끝까지 거부할 것이란 불편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므로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어떠한 조치도 반드시 합리적 시간 내에 검증을 통한 완전한 핵 폐기로 이어져야 한다는 기본 원칙 아래 비핵화의 로드맵을 만들어 이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제재의 고삐는 앞으로도 한동안은 단단히 쥐고 있어야 한다.

종전선언은 비핵화의 실질 단계, 즉 신고에 따른 검증이 상당한 단계에 이른 뒤에 하며, 그 경우에도 북한이 이를 한·미 동맹이나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공식적 보장이 있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상징적 조치일 뿐이라며 추진해 보려는 시도는 결국 비핵화 의제를 단숨에 무력화하고 주한미군 주둔 당위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해 6월의 잘못된 정상회담 결과를 바로잡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남북관계 진전의 계기를 이루느냐, 아니면 북한의 의도에 휘말려서 결국 핵보유국 지위 획득과 한·미 동맹의 치명적 약화라는 안보 위기 시대로 돌입하느냐의 갈림길일 수도 있다. 북한의 비핵화는 동북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문을 동시에 열 수 있는 유일한 마스터키이다. 우리 정부는 열쇠 없이 문을 억지로 열려는 위험한 충동을 억제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섭에 의한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질 경우 강압에 의한 변화 유도가 불가피하다는 각오로 하노이행 비행기에 올라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귀환길에 서울에 들러 비핵화와 동맹 강화에 대한 진일보한 희망을 한국인에게 직접 얘기해 줄 수 있어야 한다면 지나친 희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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