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우리나라 산업재해 사망자는 2016년 기준 1777명이다. 2001년의 2748명에 비하면 빠르게 줄고 있지만, 근로자 10만 명당 사망자 비율은 7.3명으로 OECD 평균 2.6명(2012년 기준)에 비해 거의 3배 수준이다. 2016년 기준 교통사고 사망자(4292명)와 자살자(1만3092명) 등도 선진국에 비해 현격히 높아 2018년 3월 정부가 국민 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관련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윤창호 씨가 음주 교통사고로 숨지고, 12월에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김용균 씨가 산재(産災)로 사망한 사고 등에서 보듯이 ‘사고 공화국’이란 불명예를 벗긴 아직 먼일 같다.

1인당 GDP 3만 달러의 국가에 걸맞지 않게 사고가 빈번한 것은 한때 우리의 자랑거리로 여겼던 ‘빨리빨리’ 문화와 무관치 않다. 속도와 효율로 고속 성장이 가능했지만,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는 관행을 가진 채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선진국의 경험을 보면,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요구도 늘고, 사고 발생률도 줄어든다. 김용균 씨가 젊은 나이에 숨진 이후 50여 일간, 노력하면 줄일 수 있는 사고는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것도 안전한 나라를 향한 긴 여정의 일환이다.

지난달 15일 공포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법률(일명 ‘김용균법’)은 그동안 문제가 돼 온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도급인의 책임 등을 확대하고, 유해·위험한 작업의 사내 도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청에 하청을 거듭하면서 사고 위험은 높아지고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는 불명확해지던 것을 좀 더 명확히 하고, 화재·폭발·붕괴·질식 등의 위험성이 큰 장소에 대한 도급인의 안전보건 조치를 강화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안전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묻고, 해당 사업장에 대해서는 공사 발주에 불이익을 주는 등의 조치는 일면 타당할 것 같지만, 위험한 업무의 하청은 더 늘었다. 산재 사고 사망자 중 하청기업 소속 비율이 42.5%에 이른다는 통계는 그 방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최근 김용균 씨가 일하던 화력발전소의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에 대한 정규직화를 포함한 대책을 발표했다. 석탄발전소 작업 현장에서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위험 업무는 2인 1조 시행 등 긴급안전조치의 철저한 이행, 적정 인원을 충원,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에 대한 정규직 전환, 5개 발전사 전환 대상 업무를 통합한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들어 고용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렇게 안전수칙을 엄격히 지키도록 만드는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관련 업무 분야를 공공기관으로 만들어 고용토록 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사고를 유발하는 잘못된 근로 관행을 한시바삐 없애는 일은 중요하지만, 민간기업이어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민간기업을 공공기관으로 전환하면 산재 사고가 없어질 것이란 생각은 논리의 비약이다. 그러잖아도 공기업의 안이한 경영으로 국민 불만이 높은 판에, 민간기업을 공기업화한다고 해서 산재 사고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게다가 공기업화에 따른 또 다른 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비용 절감 또는 위험 회피를 위한 무책임한 하청의 단절을 위한 이번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원래의 법 취지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시점에서는 더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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