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 ‘왕이 된 남자’ 고공행진
중장년층 중심서 시청층 넓혀
해외 수출로 제작비 부담도 ↓
사극 기근기를 맞은 방송가에 단비가 내렸다. 케이블채널 tvN ‘왕이 된 남자’(오른쪽 사진)에 이어 MBC ‘해치’(왼쪽)가 연이어 편성되며 사극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제작비 상승 등의 이유로 지난해 지상파에서 한 편도 제작되지 않았던 사극의 새로운 키워드는 ‘젊은 왕’이다. 역사적 고증에 목매기 보다는 젊은 시청층에 어필할 수 있는 스타들이 출연하는 퓨전 사극으로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11일 첫 방송된 SBS 새 월화극 ‘해치’(극본 김이영)는 배우 박신양, 주지훈 등이 각각 버틴 KBS 2TV ‘동네변호사 조들호2’, MBC ‘아이템’을 누르고 지상파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조선의 21대 왕 영조의 젊은 시절인 연잉군 이금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해치’는 그동안 사도세자의 아버지로 주로 읽히던 영조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해를 품은 달’을 비롯해 ‘야경꾼일지’, ‘돌아온 일지매’ 등 또래 배우 중 가장 많은 사극을 소화했던 배우 정일우는 ‘해치’의 주인공을 맡으며 “영조는 주로 집권기에 정치적으로 날카롭고 엄한 모습으로 그려졌다”며 “‘해치’는 사극에서 거의 다룬 적이 없는 젊은 영조의 이야기를 통해 선입견 없이 영조의 새로운 면모를 만나볼 수 기회”라고 전했다.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거두고 있는 tvN 월화극 ‘왕이 된 남자’(극본 김선덕)에서 위태로운 왕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헌 역시 병환이 깊은 아버지 부왕을 대신해 일찌감치 용상에 오른 어린 임금이다. 이 역할은 22세 배우 여진구가 맡고 있다. 원작인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배우 이병헌이 맡았던 역을 드라마에서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진 여진구에 대해 연출을 맡은 김희원 PD는 “배우들이 강한 연기를 보여준 원작이 있기 때문에 그 부담을 이겨내고 돌파할 힘을 가진 배우가 필요했다”면서 “여진구는 그런 힘을 가진 배우라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왕이 아닌 왕세자를 주연으로 내세운 사극 제작이 활발한 것도 TV 속 왕이 젊어지는 이유다. 지난해 방송돼 14%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는 아이돌 그룹 엑소 출신 배우 도경수가 왕세자 이율을 연기했다. 오는 7월 방송되는 MBC 새 사극 ‘신입사관 구해령’에서는 역시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 멤버인 차은우가 주인공 도원대군 이림 역을 소화한다. 최근 방송되거나 준비 중인 사극 속 주인공의 평균 나이가 20대로 대폭 내려온 셈이다.
사극은 통상 중장년층의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10∼20대들에게 익숙한 스타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며 시청층이 넓어졌다. 한류스타라 분류되는 이들을 주연 배우로 쓰며 해외 수출이 활발해졌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 중견 외주제작사 대표는 “사극은 현대극에 비해 제작비가 높은 편이다. PPL(제품간접광고)를 넣기도 힘들기 때문에 해외 판매가 제작비를 회수하는 주요 루트”라며 “그런 면에서 해외 팬들의 지지도가 높은 한류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운 젊은 왕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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