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마다 꽃이 만개한 경남 양산 통도사의 홍매화. 통도사의 매화는 해마다 이르게 피지만 올해는 개화가 더 빨라 지난 1월 중순쯤부터 시작됐다.  연합뉴스
가지마다 꽃이 만개한 경남 양산 통도사의 홍매화. 통도사의 매화는 해마다 이르게 피지만 올해는 개화가 더 빨라 지난 1월 중순쯤부터 시작됐다. 연합뉴스

지난달 꽃피운 통도사 홍매화
꽃망울 터뜨리고 꽃잎 떨구고

두 그루만 있는 부산 유엔공원
상록림 배경 꽃다발처럼 보여

섬진강 굽어보는 하동공원 절정
최대 군락지인 광양 청매실농원
제주 한림공원선 매화축제 시작


혹한의 추위가 없었던 까닭일까. 올해는 유독 매화 개화 소식이 이르다. 지난 1월 중순부터 남녘의 여기저기서 꽃소식이 들려왔다. 벌써 한두 송이씩 꽃을 피웠으니 올해는 봄꽃을 길게 오래 볼 수 있을 모양이다. 봄꽃이 일시에 한꺼번에 피어나던 예년에다 대면, 올해는 훨씬 더 호젓하고 한가롭게 봄꽃 나들이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유독 일찍 매화가 피어서 이른 봄꽃 나들이를 갈 수 있는 여행목적지를 골라봤다.


# 홍매화 붉은 점을 찍다… 경남 양산 통도사

통도사 경내에는 몇 그루 홍매화가 있는데, 봄의 기미가 아직 먼 한겨울 이르게 꽃을 피우는 것으로 이름났다. 다른 매화 명소와는 달리 홍매화가 피어나 화사함이 더하다. 대개 2월 중순쯤에 첫 꽃을 터뜨리는데 올해는 1월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만개한 것도 있고, 하나둘 꽃잎을 떨구고 있는 것도 있다. 첫 꽃은 졌지만 이제야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도 있다. 만개한 통도사 홍매화를 보려면 다른 곳들보다는 좀 서둘러야 한다. 사진 촬영을 위해 매화를 찾는 이들이 많아서 개화 시기에 경내가 북적거린다는 게 흠이라면 흠. 되도록 인적이 드문 아침 일찍 찾아가는 게 좋겠다. 통도사에는 이른 매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절집으로 들어서는 ‘무풍한송(舞風寒松)’이란 이름이 붙여진 솔숲길이 일품이다. 통도사의 경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산내 암자들도 저마다 그윽한 향기를 품고 있다. 이른 봄나들이로 딱 맞다.


# 두 그루 매화나무 꽃다발… 부산 유엔기념공원

통도사와 더불어 매화의 개화소식이 이르기로 이름난 곳 중의 하나다. 한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지 않은 부산. 부산의 봄꽃 소식이 다른 곳보다 이르다는 건 부산 남구 대연동의 유엔기념공원의 홍매화가 증명한다. 이곳은 홍매화가 많아서가 아니라 일찍 피어서 유명하다. 오해하지 말기를…. 만개한 홍매화 군락을 기대하고 갔다면 실망하기 십상인 게 매화나무는 딱 두 그루에 불과하다. 비록 두 그루지만 양지바른 상록림을 배경으로 활짝 피어나 마치 분홍색 꽃다발처럼 보인다.

유엔기념공원은 위락시설이 아니라 참배시설이다. 참배시설이니만큼 공원 내에서 정숙해야 하고 슬리퍼나 트레이닝 복장으로는 출입할 수 없다. 운동도 안 되고 음식물을 반입하거나 먹는 것도 금지돼 있다. 기념공원에 상주 중인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추모관과 기념관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유엔기념공원은 부산 시티투어 ‘레드라인’ 코스에도 포함돼 있다.


# 홍매화 섬진강을 굽어보다… 경남 하동공원

섬진강의 물줄기가 흘러가는 경남 하동. 하동읍과 섬진강의 푸른 물줄기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하동공원에는 1월부터 홍매화가 피기 시작해 절정을 넘어서고 있다. 하동공원 안에는 대나무로 만든 ‘누이’ 조형물이 서 있다. 섬진강을 바라보고 있는 ‘누이’ 조형물 주위에 심어진 매화나무에 지금 홍매화가 꽃 구름처럼 피어있다. 홍매화의 뒤를 이어 공원 곳곳의 양지바른 쪽에 순백색의 매화도 하나둘 개화를 시작했다. 공원의 동백나무에도 붉은 꽃이 한창 피고 지는 중이다.

하동공원에서 언덕을 내려오면 섬진강 변의 하동 송림공원까지 철제다리로 연결된다. 넓은 백사장 및 푸른 섬진강과 어우러지는 송림공원은 조선 영조 때 조성한 솔숲으로 750그루의 늙은 소나무가 늘어서 있다. 솔숲은 늘 푸르지만, 봄을 앞둔 지금 초록이 한층 더 싱그러운 느낌이다. 송림공원의 강바람에도 살짝 봄의 기운이 묻어있는 듯하다.


# 호젓하게 즐길 절호의 기회… 전남 광양 청매실농원

매화의 전국 최대 군락지는 섬진강의 물길을 끼고 있는 전남 광양의 다압리 일원이다. 해마다 봄꽃 나들이 명소로 꼽히는 청매실농원이 이곳에 있다. 꽃 좋기로 이름났지만, 매화 개화기에 다압리 일원에는 행락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차량정체 등이 극심했다. 좀처럼 꽃구경을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 올해는 개화가 이르다. 벌써 강변의 볕 좋은 곳의 매화나무 한쪽 가지에는 꽃이 가득 달렸다. 청매실농원의 대숲 산책로 홍매화 군락은 벌써 활짝 피어나 만개를 코앞에 두고 있다. 좀 이르게 광양으로 봄꽃놀이를 떠난다면, 만개한 풍경은 볼 수 없겠지만 서운치는 않을 정도로 꽃이 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겠다. 행락인파에 시달리지 않고 호젓하게 봄꽃구경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광양 다압리의 매화를 보러 갔다면, 인근 구례에서 산수유꽃도 보고 오기 마련. 하지만 구례 산동마을에는 아직 산수유 꽃소식이 당도하지 않았다. 산수유는 이른 봄에 매화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나는데, 올해는 매화보다 꽃이 늦다. 이제야 간질간질 꽃송이가 벌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 봄꽃이 흐드러지다… 제주 한림공원

제주의 꽃소식을 뒤로 미룬 이유는 바다 건너 제주에 봄꽃이 이른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제주에는 매화를 앞세운 노리매 매화공원도 있고, 매화축제로 이름난 휴애리 자연생활공원도 있지만, 꽃의 정취로 본다면 한림공원이 단연 으뜸이다. 33만578㎡(약 10만여 평)의 너른 부지에 들어선 한림공원은 야자수와 선인장, 다양한 아열대 식물로 가득한 이국적인 수목원. 한림공원은 꽃이 일러 지난 1일부터 매화축제를 시작했다. 한림공원의 매화가 특별한 것은 발치에 수선화 꽃밭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순백색과 노란색의 수선화꽃과 진초록의 잎, 그리고 화사한 매화와 그윽한 향기가 보태진다. 한림공원에는 수양버들처럼 또 가지가 축축 늘어진 ‘수양매화’가 여러 그루 있는데, 우산처럼 활짝 펼쳐진 채 늘어진 가지에 꽃이 다닥다닥 매달리면 화려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수양매화의 화려한 자태를 모아서 볼 수 있는 곳은 전국에서도 여기 딱 한 곳뿐이다. 공원 곳곳이 잘 꾸며져 있는 데다, 매화꽃밭으로 가는 길에 놓인 돌 수조에 붉은 동백꽃을 띄워놓는 직원들의 센스도 훌륭하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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