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부터 걸어서 10분 거리에 작은 도서관이나 체육센터 같은 생활SOC시설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생활SOC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생활 편의시설을 말하는데 생활SOC 설치기준을 거주 인구수가 아닌 시설까지의 소요시간으로 삼았다는 점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김종대의 동네집이야기’가 주로 접근성을 고려한 생활, 문화공간들을 소개하고 있는 이유도 멀리 있는 전문적인 문화시설보다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내 집 가까이에 있는 생활문화시설이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도시재생의 바람이 불면서 주거지 가까이에 생활에 필요한 편의시설을 갖추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생활에 필요한 시설들을 미리 갖추고 시작하는 신도시와는 달리 오래된 동네는 부족한 것이 많다. 공원이나 운동시설 같은 공공시설물은 물론이고 주택에서 해결해야 될 개인적인 공간들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 부족한 공간과 시설을 갖추는 것은 마을이 제대로 기능하게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대문구 천연동은 오래된 동네다. 천연동이라는 지명도 조선시대에 이곳에 있었던 천연정에서 유래됐다. 지금의 금화초등학교 자리에는 천연적으로 만들어진 천연못이 있었다. 동네가 오래된 만큼 현재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공시설은 많이 부족한 동네다. 이 오래된 동네에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내어주고 있는 곳이 있는데 길모퉁이에 자리한 ‘천연옹달샘’이다.
‘천연옹달샘’은 천연동의 마을공동체를 위한 공간이다. 50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은행나무 사이로 수줍은 듯 제 몸을 숨기고 있는 이곳은 1962년에 지어진 상수도 가압장이었다. 가압장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자 2017년 3월, 동네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구성했고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이 가능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게 됐다. ‘천연옹달샘’의 1층에는 간단한 음식을 함께 해서 먹을 수 있는 공유주방과 다양한 주민활동이 가능한 다목적실이 있고 2층에는 동아리 활동에 적합한 2개의 방이 있다. 방은 온돌을 깔아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안성맞춤이다. 은행나무 두 그루가 계절마다 멋진 경관을 만들어내는 2층 테라스는 주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간이다.
‘천연옹달샘’은 주민들을 위한 여러 종류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 공간을 채우는 것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이루어진다. 주민들의 필요에 따라 이곳은 영화관이 되기도 파티장이 되기도 한다. 밖의 날씨는 추웠지만 ‘천연옹달샘’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열기가 마을의 활력소가 되고 있었다. 새 걸음을 딛는 생활SOC가 마을의 활력소가 되기 위해서는 가까운 거리만큼 주민들에 대한 배려와 투자가 함께 돼야 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글·사진 =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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