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회담 전야 미·탈레반 협상
아프간 정부 배제, 叛軍과 진행
한국 빠진 미·북 협상과 오버랩
트럼프, 同盟경시 속 治績 자랑
北·中의 한·미 동맹 파기 挾攻
北核 해결 못하면 평화는 헛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미·북 2차 정상회담 구상을 밝히던 지난 1월 말, 중동의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특별대표와 탈레반 대표 간 평화협상이 열렸다. 아프간에 주둔한 미군 철수에 대한 기본 원칙 등이 합의됐다고 한다. 이 회담에 당사자인 아프간 정부는 참여하지 못했다. 반군인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를 괴뢰정권이라며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 대표는 탈레반과 합의 후 카불로 이동해 아프간 대통령에게 내용을 전해줬다. 이후 아프간 사회는 미군철수 쇼크에 빠져들었다. 2001년 9·11테러 후 18년간 주둔해온 미국이 갑작스레 철군 결정을 했고, 철군 이후 대비 협상은 반군인 탈레반과 진행해 충격은 더 크다.
미 국방부가 아프간 철군 방침을 밝힌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9일 “이슬람국가(IS)에 맞서 우리가 승리했다”면서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선언한 다음 날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반발하자 백악관은 일단 부인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국정 연설 때 “미군 철수에 대비해 탈레반 등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및 아프간 미군 철수를 고집하자 제임스 매티스는 국방장관 직을 던지며 반발했지만, 철군 작업은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시리아의 미군 2000명을 철수하고, 아프간에서는 주둔 미군 1만4000명을 절반으로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의 경찰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빼겠다는 신호로 읽힐 우려가 있다며 의회가 철군 저지 법안을 준비 중이지만, 군 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을 꺾을 방법은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프간 철군을 준비하며 아프간 정부를 배제한 채 탈레반과 평화 협상을 벌이는 것은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요즘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행태와 오버랩된다는 점에서 착잡한 일이다. 북핵 해결을 위해 긴밀히 공조해야 할 한·미 정상은 친밀감이 없어 보이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의 주적’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는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년 서신을 포함해 7차례나 친서 외교를 진행 중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5개월간 전화통화조차 없다. 한국은 북핵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정부처럼 미·북 협상에서 배제된 상태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이 류허(劉鶴) 중국 경제부총리와 면담한 후 “김정은과 만난 후 시진핑(習近平)을 만날 수 있고 두 회담을 연계할 수도 있다”고까지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연초에 시 주석을 만나 미·북 회담 대비 전략회의까지 했다. 그런 북·중 정상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해체를 북핵 해결과 맞바꾸자고 협공에 나설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즉흥적으로 수용할 수도 있다. 내년 재선을 앞두고 외교 치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 가능성을 차단한 것은 문 정부가 아니라 백악관이다. CNBC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들은 미·북, 미·중 이슈를 섞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짓고 중국 제안을 거부했다. 한국이 빠진 상태에서 한반도의 미래가 결정돼 우리가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구도였는데, 미국이 거부한 덕분에 일단 미·북, 미·중 연계 구도는 없던 일이 됐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미·북, 미·중 회담 연계를 남·북·미·중 종전선언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반색을 하고 나선 것을 보면 기가 막힌다 .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아프간 철군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결정도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지난 3일 CBS 인터뷰에서도 주한미군 주둔 문제와 관련해 “그에 대해 아무런 계획이 없지만 누가 알겠느냐”며 말을 흐렸다. 언제든 감축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뉘앙스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주한미군의 가족 소개령 트위트를 올리려다 전쟁 임박 신호로 오인될 수 있다는 측근들의 저지로 중단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 트럼프 행정부에는 이성과 동맹을 중시하는 매티스 같은 인물은 없다. 북핵 해결을 명분으로 한 북·중의 한·미 동맹 흔들기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문 정부가 뒷짐 진 채 물러서 있으면 언제든 아프간 정부와 같은 꼴을 당할 수 있다. 그러면 주한미군과 한·미 동맹이 없는 상태에서 핵을 가진 북한에 맞서야 할 수도 있다. 문 정부가 원하는 평화는 이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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