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간지 타임은 1971년 5월 일본 전자회사 소니의 공동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를 표지 인물로 내세우며 ‘일본의 비즈니스 침략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커버스토리 제목을 달았다. 1985년 일본이 대미 수출을 크게 늘리자 당시 미국은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과 함께 외환시장 개입에 의한 달러화 강세 시정을 주 내용으로 하는 플라자 합의를 도출해냈고 1988년에는 ‘스페셜 301조’ 법을 만들어 일본에 통상압박을 가했다.
미국의 30년 공세에 한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모리타 아키오·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1989년 공저)은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견뎌야 했다.
최근 중국에 대한 미국 공세도 이와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공정 무역의 기치를 들고 중국을 상대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통상법 301조에 의한 지식재산권 침해 적발·800여 품목 관세 부과 등을 퍼붓고 있다. 현재 미국은 다음 달 1일을 기한으로 두고 2000억 달러(약 225조 원) 규모 중국 수입품에 대한 10→ 25% 추가 관세 인상안을 놓고 중국과 협상 중이다.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안이지만 해외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관련 소식을 보면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미·중 무역협상 책임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은 협상의 달인 중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혼란스러운 보도 역시 협상술의 하나이며 상대적 약자인 중국이 일방적으로 휘둘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술도 협상술이지만 이보다 더 중시해야 하는 것은 미국의 의지다. 기한 내 협상이 이뤄지든 혹은 협상이 결렬되든 간에 미·중 무역전쟁은 미·일 전례처럼 수십 년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협상은 길고 긴 미·중 무역전쟁 더 나아가 패권 경쟁의 시작점에 불과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번에 협상이 타결되면 만사가 해결될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은 개방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자유무역 시스템 덕분에 제2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으면서도 지적 재산권 침해, 강제 기술 이전 관행 등을 통해 자신이 성장해온 시스템을 갉아먹는 ‘에일리언’ 같은 존재다. 더 나아가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위구르족 탄압 등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이 콩, LNG 등 미국으로부터 수입품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은 사생 결단하고 중국의 버르장머리를 고치지 않으면 자칫 자국이 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미국의 인식은 지난해 10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허드슨 재단 연설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무역 문제뿐 아니라 북한 문제 역시 미국과 중국 간 관계 변화 속에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어려운 시절이 장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으므로 우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yo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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