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내년 분담금 추가증액’ 압박…韓 ‘외교적 실패’ 비판도

트럼프“올 5억달러 올렸다”왜?

실제증액 787억 원과 큰 차이
트럼프‘기존인식 잘못’ 지적서
‘추가인상 기정사실화’ 해석도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5억 달러(약 5627억 원) 더 지불하기로 했다는 발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인식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과 함께 최근 10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이 마무리됐음에도 향후 더 큰 증액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러나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한국에 부담이 되는 발언이 나온 만큼 방위비 분담 협상에 관해 ‘외교적 실패’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과 관련해 “그들은 5억 달러를 더 지불하기로 어제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한미군 등 한국 방위와 관련한 비용에 대해 미국이 50억 달러를 쓰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약 5억 달러를 지불해 왔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에 한국이 주한미군에 대해 기여하고 있는 수준과 이번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 결과에 대해 한국과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이 부담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지난해에만 9602억 원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약 5억 달러’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또 10차 협정에 따라 2019년에 한국이 1조389억 원을 부담하기로 함에 따라 증액된 금액은 787억 원에 불과,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과 차이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몇 년 동안 그것(한국 측 분담금)은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며 “한국은 지금까지 잘했고 앞으로도 아주 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이번 10차 협정에서 합의된 전년 대비 총액 증가율 8.2%가 수년간 계속될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실제 8.2%의 증가율이 4~5년 지속될 경우 당초 미국이 이번 10차 협정 협상 초기에 주장하던 ‘전년 대비 총액 1.5배 증액’에 비슷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10차 협정에서 결정된 총액은 당초 트럼프 대통령 측이 주장하던 증액 폭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대신 미국 협상단이 트럼프 대통령 측에 향후 증가 전망을 제시하며 협상 결과를 설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이 부담하고 있는 분담금과 향후 증액 전망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큰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야권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에 한국의 기여도를 구체적이고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발언이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외교적 실패”라고 비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