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밀매·살인교사 등 혐의
체구 작아 ‘엘 차포’ 로 불려
1.5㎞ 땅굴 탈옥으로도 유명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61·사진)에 대해 뉴욕 법원 배심원단이 유죄 평결을 내렸다. 미국 법조계는 마약 카르텔 수사에 획을 그은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12일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이 마약밀매 및 살인교사 등 10개의 혐의로 기소된 구스만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으며 오는 6월 25일 재판부가 형량을 선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법원이 종신형을 선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땅딸보라는 뜻의 ‘엘 차포’라는 별명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마약왕으로 불려온 구스만은 1989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각지에서 200t이 넘는 마약을 밀매하고 돈세탁, 살인교사, 불법 무기 소지 등 17건의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과정에서 배심원단은 수사 당국이 제출한 증거와 증인들의 증언을 받아들여 구스만의 혐의사실 부인을 일축했다. 변호인단은 “구스만은 희생양으로, 증인들은 자신들의 죄를 사면받기 위해 검찰과 거래해 거짓 증언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스만을 기소했던 존 A 혼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갖고 “50여 명의 증인과 광범위한 증거를 통해 이뤄진 유죄 평결은 정의 실현을 보여준 역사적 승리”라고 말했다. 매슈 휘터커 미국 법무장관 대행도 “이번 평결은 멕시코에서 ‘제2의 엘 차포’를 꿈꾸는 이들에게 ‘결국 당신은 체포되고 기소된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밝혔다.

구스만은 1970년대 후반부터 멕시코 최대 마약 조직인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끌었다. 30년 이상 지하 터널과 트럭, 승용차, 열차, 비행기, 선박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마약을 밀매했다. 코카인을 식료품 캔과 구두 상자에 숨기고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뉴욕행 식용유 수송 열차의 가짜 벽에 은닉해 유통시켰다. 재판과정에서 한 조직원은 “1000만 달러가 든 가방을 끌고 매주 멕시코시티 은행을 찾아 자금을 예치했다”고 털어놨다. 또 구스만에게 현금을 가득 실은 비행기가 하루에 세 대나 오기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구스만은 전설적 탈옥으로도 유명하다. 2001년 멕시코 할리스코주에 있는 교도소에선 빨래 바구니에 숨어 탈옥했고, 2015년 멕시코시티 알티플라노 연방 교도소에서는 샤워실 바닥에 1.5㎞ 땅굴을 파서 탈옥했다. 그는 2016년 1월 은신 가옥에서 멕시코 해군과의 교전 끝에 검거됐고 범죄인인도협정에 따라 미국에 신병이 인도됐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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