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재미있는 거 없어?”

대중문화 영역을 취재하는 기자가 지인들을 만났을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연예인 사는 얘기가 뭐 중요하다고?”라고 점잔을 빼다가도 정작 연예인 얘기에 귀를 쫑긋 세우는 대중의 이중적 심리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지인들의 거듭된 요청에 가십거리를 툭툭 던져주곤 했죠.

그렇기 때문에 최근 나영석 PD와 배우 정유미의 불륜설을 만들어 유포한 방송작가 등이 무더기로 입건됐다는 뉴스를 접하며 적잖이 뜨끔했습니다. 이 루머를 최초 생산한 방송작가는 경찰 조사에서 “소문을 지인에게 전했을 뿐, 이렇게 문제가 커질 줄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죠.

하나의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무수한 과정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 ‘지라시’는 약 50단계를 거친 다음 기자들이 모인 메신저 채팅방에 올라온 후 급속도로 퍼져 나갔습니다. 여기서 ‘기자들이 모인 채팅방’이라는 단어가 유독 크게 보인 건 저뿐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전문성과 공신력. 대중이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듯,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나 관계자들이 퍼 나르는 지라시는 ‘비교적 사실’이라고 믿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는 거죠. 나영석 PD 관련 루머를 처음 입에 담은 방송작가의 지인 역시 제작 일선에 있는 작가의 말이기에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주변으로 말을 옮겼을 개연성이 큽니다.

스마트폰과 돈 안 드는 메신저가 보편화되며 대중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정보의 확산 속도에 비해 정보의 진위를 가릴 깜냥은 부족한 ‘문화지체’(文化遲滯)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거죠.

적잖은 이들이 “많은 지라시가 사실로 입증되지 않았나?”라고 되묻곤 합니다. 맞습니다. 지라시 속 이야기가 사실로 드러난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대다수의 지라시는 대중의 뇌리에서 쉽게 사라집니다. 결국 사실로 드러난 소수의 사례만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지라시가 맞혔다’는 식의 기사까지 양산돼, 마치 지라시가 대단히 신빙성 있는 양 포장되곤 하죠. 결국 대중은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의 굴레에 갇히는 겁니다.

이쯤에서 부탁 하나 하고 싶은데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하는 지인들에게 “뭐 재미있는 거 없어?”라고 연예인의 사생활을 캐묻기보다는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 없어?”라고 질문을 바꿔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런 지인을 둔 업계 관계자들도, 제발 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루머를 함부로 옮기지 맙시다!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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