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2차 정상회담을 2주 남짓 앞둔 시점에서 나온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발언이 예사롭지 않다. 그는 11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앞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반대하지 않지만 대북 제재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수시로 ‘대북 제재 예외’를 요청하는 상황을 비판한 셈이다. 심지어 “자식을 야단칠 때 엄마 아빠가 딴소리 하면 아이가 어디로 가겠나”라는 비유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한·미 워킹그룹 활동을 언급하면서 “과거 이견이 있었을 때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후 귀국하는 특별기 안에서 한·미 대북 갈등을 부인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뉘앙스다.

이런 발언 자체도 의미심장하지만, 모양새는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차관보급 실무책임자인데도 동맹국의 입법부 수장과 여당 대표 앞에서 ‘외교적 결례’에 해당될 정도로 선명하게 한국 정부의 대북 과속을 지적한 것이다. 그만큼 대북 제재 이행을 더 엄격하게 주문하고 있다. 최근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는 금강산 남북 민간행사 취재용 노트북컴퓨터 등의 반출을 불허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기류는 워싱턴에서 비핵화 회의론이 급증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사령관은 12일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생산능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이 지금도 핵물질을 생산 중”이라며 최대 37개의 핵탄두를 보유 중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11일 “한반도 비핵화에 의구심을 갖고 적대 분쟁이 계속되기 바라는 듯한 세력이 있다”고 했다. 비건 대표가 여권 실세들 앞에서 직설적 발언을 한 것은 이런 환상을 걱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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