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세 수입은 293조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6% 증가했고, 그중 법인세는 70조9000억 원으로 7조9000억 원 늘어났다. 삼성전자의 법인세만도 20.1%나 증가한 16조8200억 원이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법인세 증가의 한 원인이지만 법인세율 인상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법인세 부담률은 27.5%로 2년 전의 24.9%에 비해 높아졌다. 한국경제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스마트폰 부문 경쟁사인 애플은 법인세 부담률이 2년 전 24.5%에서 14.8%로 급감해 삼성전자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해온 인텔은 법인세가 무려 78.9%나 급감해 법인세 부담률이 삼성전자의 30% 수준이다. 법인세 최고세율 대상인 현대차, SK하이닉스, 포스코, LG화학, 네이버 등도 법인세 부담률이 크게 늘어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높였다. 각국이 앞다퉈 법인세율을 낮추는데 우리만 반기업 정서에 편승해 과거로 회귀했다. 미국도 기업 투자 촉진과 고용 확대를 목적으로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다. 법정세율에서 각종 비과세와 세금 공제·감면액을 제외하고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세금으로 계산한 유효법인세율로 보면 기업의 법인세 부담 역전 현상은 분명해진다. 국내 10대 대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은 미국이 법인세율을 낮추기 전인 2016년에 이미 미국 10대 대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을 넘어섰다. 지난해는 반도체 등의 수출 호조로 그냥 넘어갔으나 경기 하강 국면에서 법인세 부담률 인상은 국가 경쟁력을 위협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의 개방도는 높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정도의 경제 규모는 아니다. 기업은 전 세계 자원을 활용해서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하기에 기업을 하기 좋은 나라에 눈길을 주게 마련이다. 자국 기업 육성과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해 규제를 최소화하고 각종 혜택을 주는 나라가 많은데 구태여 경직된 고용 제도와 높은 법인세율을 감수해야 하는 국내 투자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선제적 구조조정과 대대적 사업 체제 개편에 돌입하는 와중에 한국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은 줄어 멕시코에 뒤진 7위를 기록했다. 수출이 줄어든 데다 국내의 고비용·저효율 생산 구조를 마주한 해외 기업이 국내 생산을 줄이고, 국내 기업은 추가 생산을 해외로 돌렸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르노그룹 내 일본 공장보다 인건비가 20%나 높은 르노삼성에서는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다가오며 영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비판과 우려를 불사하고 해외로 본사를 옮기는 게 현실이다. 기업 본사나 생산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 세금과 함께 본사 인력과 협력업체의 일자리도 사라진다. 국민과 정부의 질타를 의식해 이전을 자제해도 신규 사업과 추가 생산은 해외를 선호한다. 지난해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민간 투자는 감소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국민에게 일거리를 구하러 동남아로 가라고 하지 말고 국내 일자리를 만들게 해야 한다. 과도한 세수로 민간의 일자리를 가로채지 말고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역할을 민간에 돌려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법인세율을 낮추고 규제를 최소화하는 친기업 정책으로 국내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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