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에게 부담 주지 마세요” … 보험사들, 경증까지 잇따라 보장 확대

2024년 치매환자 100만 예상
긴 투병에 갈수록 증세 악화돼
의료·간병비 등 경제적 부담 커

당뇨 등 노후 질환 동시보장에
보험료 부담 낮춘 상품도 출시
“발병뒤 본인 청구 어려운만큼
보험금 대리 청구인 지정해야”


국내 민간 보험업계가 최근 ‘치매 보험’ 상품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치매 보험의 양산은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보장성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 때문으로 보인다. 더구나 가정 내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것을 지켜본 국민 스스로 노후에 자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고민을 하며 보험에 대한 관심도를 키운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골라내기가 쉽지 않은 만큼 신중한 검토와 결정이 필요하다고 금융 당국은 조언하고 있다.

◇치매 보험, 왜 뜨나 = 현재 대한민국은 인구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나라다. 이와 함께 65세 고령 인구의 기대 수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고연령에 주로 발생하는 치매, 뇌경색 등과 같은 질병의 장기 간병 리스크 역시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실제 생명보험협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장기 간병이 필요한 대표적 질병인 치매 환자는 2015년 64만8000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으로 17년마다 두 배씩 증가해 2024년 100만 명, 2041년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65세 고령 인구의 치매 유병률 추정치 역시 2015년 9.8%에서 2020년 10.4%, 2040년 11.9%, 2050년 15.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중장년층에게도 치매가 남의 일이 아닌 문제가 되는 셈이다.

◇커지는 장기 간병 부담 = 치매는 한번 걸리면 사망에 이르는 시점까지도 완치는커녕, 갈수록 증세가 나빠지는 질병이다. 치매처럼 장기 간병이 필요한 질병은 긴 투병 기간에 따라 의료비와 간병비 등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치매 부모의 간병을 놓고 가족 내 심각한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9월 중앙치매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국민은 암, 당뇨병 등보다 장기 간병이 필요한 치매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한 조사결과를 보면 65세 이상 연령의 투병 기간은 평균 6.1년으로 의료비·간병비는 3228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퇴행성 질환, 뇌졸중 등 치매 외 다른 원인에 의한 장기 요양 상태까지 동시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증 치매도 보장하는 상품들 = 과거의 치매 보험은 중증 치매만 보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치매 보험 상품들은 경증 치매까지 커버하고 있다. 중증 치매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어렵고 하루 종일 누워서 생활할 정도의 매우 심각한 상태를 말한다. 전체 치매 환자 중 중증 치매 환자 비중은 지난 2016년 기준으로 2.1%에 불과했다. 대다수가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거동이 불편한 정도의 경증 치매다. 따라서 경증 치매까지 보장하는 상품을 택하면 치매 초기 단계부터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가능하다. 치료를 위한 진단 자금과 가족의 생활 자금도 정기적으로 지급하도록 구성된 상품들도 일반화돼 있다.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 당뇨, 고혈압, 관절염 등 다양한 노후 질환을 동시에 보장하고,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무해지·저해지 환급 상품도 선택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특히 80세 이후까지 보장되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며 “치매를 진단받은 본인이 스스로 보험금 청구가 어려운 만큼 보험금 대리청구인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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