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술대회·출간회·사진전 봇물
“성찰 묻어나는 웃음으로 감동”
천주교 서울대교구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선종 10주년 기념위원회는 10주기 당일인 16일 오후 2시 명동대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추모 미사를 봉헌한다. 10주기를 앞두고 김 추기경에 관한 회고와 평가 학술행사는 물론 그를 기리는 책 출간과 전시회, 사진전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명동성당 1898광장과 갤러리에서 열리는 추모 사진전과 서울가톨릭미술가회 추모 전시회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김 추기경의 변하지 않는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가톨릭대 김수환추기경연구소가 14일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가톨릭대 김남희 교수는 “예언자적이고 성자적인 ‘웃음의 카리스마’”가 김 추기경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추모와 사회적인 기림이 확산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날 ‘김수환 추기경과 가톨릭시민- 카리스마의 집중과 확산을 중심으로’라는 발표에서 ‘카리스마’란 관점에서 김수환 추기경을 처음으로 조명했다. 김 추기경은 선종 이후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된 바 있다.
‘카리스마’란 용어는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자발적인 복종을 유발하며 사람들에 의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영향력”으로의 한 개인이 지닌 ‘권위’의 세 가지 양태 중에 왕과 같은 ‘전통적 권위’, 법에 의한 ‘합리적-법적 권위’와 함께한 개인의 어떤 특질에 의한 ‘카리스마적 권위’를 꼽으면서 이후 정치, 사회, 문화 등의 영역에서 ‘카리스마’란 용어가 일반화됐다. ‘카리스마적 권위’는 “도덕적으로, 감정적으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인간적 매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김 추기경은 전통적, 합리적-법적 종교적 권위보다 카리스마적인 종교적 권위가 더욱 크게 드러난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람들은 왜 김 추기경의 이미지로 인자한 웃음을 먼저 떠올릴까. 엄혹한 시대에 ‘추기경’이란 막중한 자리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영원한 젊은 오빠’, 나중엔 ‘혜화동 할아버지’라 부르며 친근감을 가졌었다. 바로 김 추기경의 카리스마의 핵심을 ‘웃음’으로 김 교수는 보았다. 특히 자연스러운 위트와 유머에 자기 고백적 성찰이 묻어나며 웃음과 함께 감동을 전달한 김 추기경의 웃음은 “편견과 이데올로기의 압력으로부터, 또 긴장과 불안, 좌절감과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해방으로서의 웃음’의 힘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김 추기경은 자신의 개인적 카리스마를 ‘자기 비움’의 웃음으로 드러냈다”면서 “그 웃음으로 당시 교회와 한국 사회에 질서와 규제를 비판하고, 무력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혁명적인 힘을 보여줬다”며 “오늘날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추기경의 웃음의 힘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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