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예측 / 유발 하라리 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정현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하라리·다이아몬드·그래튼
AI 지배·혐오·불평등 경고


유발 하라리, 재러드 다이아몬드, 닉 보스트롬, 린다 그래튼….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세계적 학자이자 저술가들이다. 이스라엘의 젊은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2011년 펴낸 저서 ‘사피엔스’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진화생물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대표작 ‘총, 균, 쇠’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보스트롬의 ‘슈퍼인텔리전스’나, 그래튼의 ‘100세 인생’도 그동안 많은 곳에서 인용되고 언급된 역작들이다.

책은 바로 이들 8명의 석학에게 들은 인류의 미래다. 일본의 국제적 저널리스트인 오노 가즈모토가 월간지 ‘보이스’와 웹 미디어 ‘뉴스픽스’를 통해 인터뷰했던 내용을 한데 묶었다. 세계적 지성들은 과연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했을까.

하라리는 2018년 펴낸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인류가 ‘무용계급’(Useless Class)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용계급이란 인공지능(AI)이 기존의 경제구조를 파괴하고 노동력을 대체해 수많은 사람이 쓸모없어지는 것을 말한다. 매우 섬뜩한 예측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하라리는 그렇기에 지금 바로 움직일 것을 당부한다. 그는 “모든 가능성을 제시하는 게 학자로서 소명”이라며 “40억 년 유기 생명체의 역사가 막을 내리고 무기 생명체로 대체될 수 있다. 위기가 현실이 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 30년 안에 우리가 내릴 수많은 결정이 생명의 미래 자체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이아몬드는 현대문명의 지속성을 논한다. 현대문명이 당면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다.

다이아몬드는 우리에게 닥칠 위협으로 신종 감염병의 확산, 테러리즘, 타국으로의 이주를 꼽았다. 국가 간 빈부 격차 때문에 이와 같은 세 가지의 위협이 발생하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격차는 더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각국 시장이 단일한 세계 경제로 통합되는 가운데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전 세계적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선진국은 대외 지원을 아끼지 않고 빈곤국은 경제성장과 생활 수준 향상으로 격차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스트롬은 AI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춘다.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초지능인 슈퍼인텔리전스가 도래하기 전에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그는 “AI를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윤리에 맞게 만드는 방안을 연구하는 ‘윤리관 정합성’ 분야가 있다. 초지능이 우리가 원하고 의도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행하도록 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래튼은 100세 시대 우리의 삶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할지를 전망한다. 그는 “지금까지는 교육-일-은퇴라는 인생의 3단계만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 같은 다단계의 삶에서는 변화의 방향과 정도,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며 “개인은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국가는 정년제를 폐지하고 평생 학습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일본 언론인의 관점에서 이뤄진 인터뷰지만 우리와 직접 연관된 것도 있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과의 대담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의 국방장관이었던 페리는 한반도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냈다. 페리는 지난해 긴급하게 진행된 북한 비핵화 합의와 관련해 “성공의 열쇠는 핵 억지력 외에 북한 체제 존속을 보장해줄 다른 대체 수단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석학들이 예측한 인류의 미래는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에 훨씬 가깝다. 그러나 그들이 디스토피아를 꺼낸 건 예측하고 대비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이들의 저서를 미처 읽지 못했거나, 혹은 읽었어도 그 의미가 와 닿지 않았던 독자라면 우선 이 책 한 권으로 워밍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232쪽, 1만5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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