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년 독일의 물리학자 하인리히 루돌프 헤르츠가 전파의 존재를 최초로 증명한 이후 1901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굴리엘모 마르코니는 영국에서 발신한 전파를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서 수신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전파가 발견된 지 130여 년이 지난 2019년, 바로 우리나라에서 5G 시대의 원년이 시작된다. 전파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장과 자동차는 물론 농작물까지 제어하고, 증강·가상 현실이 현실화하는 시대가 열렸다. 전파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그 능력과 가치 및 역할은 과거와는 다른 속도와 폭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가의 ‘전파정책’도 전파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우선, 전파의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지금까지 전파는 방송과 이동통신 산업에서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이제는 가정과 생활 주변 곳곳에 설치된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통해 사물과 사물이 정보를 주고받고, 무선으로 휴대전화를 충전하거나 몸에 부착돼 생체신호를 전달하고 모으는 데도 활용된다. 아침에 휴대전화 알람으로 깨고 사회관계망(SNS)을 확인하고, 버스 도착 시간을 알아보고, 스마트폰을 통해 TV를 보며, 인터넷뱅킹을 하는 등 일상생활과 업무를 처리하는 데에도 전파는 보이지 않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의 동맥과 미세혈관처럼 전파는 사회·경제 모든 분야를 연결하고 정보와 에너지를 전달한다.
‘전파의 범용화’는 시장 구조를 변화시킨다. 전통적인 전파의 수요자가 방송·통신 분야로 한정됐다면, 이제는 제조·교통·의료·물류·국방 등 대부분의 산업 분야가 주파수 획득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희소재인 전파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그간의 전파정책이 추구했던 핵심 가치였다면, 시장의 다원화로 설명되는 미래는 보다 고도화된 ‘전파자원 정책’을 요구한다.
무선기기가 일상 속에 파고들면서 ‘전자파’에 대한 걱정도 커진다. 지난해 여름, 논란이 됐다가 오해가 해소된 ‘손 선풍기 전자파 논란’이 단적인 예다. 전파가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착될수록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 ‘전자파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과 관리’라는 새로운 요구도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전파정책의 핵심 과제가 됐다.
최근 발표된 ‘제3차 전파진흥 기본계획’에는 이러한 시장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대한 대책이 담겨 있다. 우선, 20년 만에 ‘전파법 전면 개정’을 추진한다. 방송사와 이동통신 사업자 중심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경제·생활 모든 분야의 혁신적 전파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지역면허제, 임시면허제 등 다각적인 제도를 도입할 것이다. ‘전파산업 진흥’에 대한 고민도 담았다. 5G 확산에 대비한 전파 자원의 추가 확보와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한 6G 시대를 준비하고 미래 일자리를 만들 혁신벤처 지원도 강화한다. 무엇보다도, 국민 우려가 큰 생활 제품과 생활 환경 내에서의 전자파 관리를 강화하고 전파 재난에 대한 대책도 포함했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해 변형 카메라 등록제 등 전파기기의 불법적 사용에 따른 사회문제 해결 방안도 제시했다. 이번 계획은 2023년까지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으며, 매년 실행계획을 수립해 실효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드러나지 않아야 정상인 게 많다. 국가 운영 시스템 대부분이 그렇다. 전파도 눈에 안 보이게 국가 경제성장과 국민 삶의 편의를 위해 활용된다. 이번 3차 전파진흥 기본계획에는 보이지 않게 묵묵히 일하는 우리나라 전파 관계자의 노고가 담겨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전파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전파가 국민 생활 속에서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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