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 KT스퀘어에서 한 고객이 5G 통신망 가입 상담을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 KT스퀘어에서 한 고객이 5G 통신망 가입 상담을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15) ‘5G 시대’ 가로막는 규제

낡은 요금체계로 재원마련 못해
LTE네트워크 구축도 20兆 들여

2G 이후에 투자시기 놓친 유럽
韓·美 등에 글로벌 주도권 뺏겨
中, 2020년까지 452조원 투자


음성통화 위주의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를 상용화하던 시절인 1996년에 만든 통신요금 사전규제를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도 고집하면 막대한 네트워크 투자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기반의 신산업 육성, 4차 산업혁명 활성화에도 엄청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18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2∼4G 시대에는 도로 하나의 폭을 넓히는 방식으로 속도를 높이는 경쟁만 해왔다면, 5G 시대에는 수많은 도로를 만들어 이종 산업을 연결하고 새로운 융합 서비스를 만드는 경쟁을 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신 교수는 이어 “2G 시대에 만든 요금 정책을 고수하면 투자 재원도 마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는 5G 본연의 역할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정부 목표대로 이동통신 3사가 오는 3월 5G 상용화에 나서면 2G 때 만든 통신요금 사전 규제를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앞서 2016년 6월 이동통신 요금 사전 신고·인가제 폐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ICT 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사전 규제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을 인정하고 있지만, 요금 인하 압박 수단을 놓고 싶어 하지 않아 후속 작업에 소극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요금 사전규제에 발목이 잡혀 초기 활성화에 실패하면 전국망 구축은 엄두도 낼 수 없을 것으로 ICT 업계는 보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주파수 할당을 받기 위해 정부에 약속한 5G 네트워크 투자(2023년까지 총 7조4812억 원)로는 전국 주요 도시에만 서비스하기도 버겁기 때문이다. ICT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LTE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20배 이상 빠른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무선 기지국 수를 적어도 2, 3배 이상 더 많이 설치해야 한다”면서 “전국 서비스를 하려면 적어도 28조 원을 네트워크 구축에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5G 시대를 조기에 활성화하려면 적어도 21조 원의 네트워크 투자를 추가로 할 수 있도록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2011년 상용화한 LTE는 이동통신 3사가 8년 동안 총 20조 원가량을 네트워크 구축에 투자했다.

5G 적기 투자에 실패하면 자칫 세계 이동통신 시장을 호령했다가 지금은 몰락한 유럽연합(EU)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은 20여 년 전만 해도 유럽형 이동통신 규격인 ‘GSM’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3G, 4G 투자 실기로 지금은 한국과 미국, 중국 등에 ICT 산업의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준 상황이다.

중국의 도전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하나로 자국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해 오는 2020년까지 5G 분야에 4000억 달러(약 452조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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